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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을 읽읍시다 #113 응답하라 1988


"개회식에 나갈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이 꼭 성공하도록 누구보다 열심히 기도할 거예요." 지난주 금요일 첫 방송한 tvN 연속극 '응답하라 1988'에서 히로인 덕선이 울먹이며 남긴 말이다. 극중에서 덕선은 피켓걸로 개회식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그가 피켓을 들기로 했던 마다가스카르가 불참을 통보했다고 방송 기자가 전하자 이렇게 말했다. (종종 기자는 이렇게 나쁜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하는 악한이 될 때가 있다.)


재미삼아 지어낸 에피소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런 일을 겪은 인물이 있다. 주인공은 당시 상명여고 3학년이었던 유용신 씨. 역시나 마다가스카르 피켓을 들고 입장하기로 돼 있었고 남북한 동시 수교국이던 이 아프리카 섬나라가 정치적 이유로 뒤늦게 불참을 선언하자 저렇게 똑같이 말했다. 차이점은 드라마에서 덕선은 개회식에 우간다 피켓을 들고 입장했는데 유 씨는 레슬링 시상식에 '꽃순이'로 나섰다는 것.


차이점은 더 있다. 덕선이는 1남 2녀 중 가운데 낀 둘째 딸이지만 유 씨는 1남 3녀 중 큰딸이다. 또 극중에서는 덕선이 피켓걸 중 유일한 여고생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그랬는지 당시 언론 보도만 가지고는 확인할 수가 없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서 유용신 씨 이름이 들어간 기사는 딱 1988년 9월 12일자 동아일보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에 가서 연극영화를 전공하고 싶다던 그가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시는지 확인할 실마리도 찾지 못하고 말았다. 소식을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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