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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자 '아모르 파티'와 니체는 무슨 사이일까?

access_time 2018.05.01 00:00


일단 정답은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아모르 파티'라는 표현을 유행시킨 주인공이라는 겁니다.


5월을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표현은 역시 '가정의 달'. 그래서 5월은 파티의 달이기도 합니다. 뭐 파티가 별 건가요? 가족끼리 함께 모여서 맛있는 음식 나눠 먹고,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면 그게 바로 '홈 파티'지요.


5월에는 또 곳곳에서 '경로잔치'가 열리는 것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뉘앙스가 다른 건 사실이지만 잔치 역시 파티라는 뜻이 맞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파티라는 낱말을 모임, 연회, 잔치로 순화해서 쓰라고 주문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요즘 파티라면 역시 '아모르 파티'입니다. 가수 김연자 씨(59·사진)가 2013년 내놓은 이 노래는 현재도 M사 트로트 차트 2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인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아모르 파티는 어떤 파티일까요?


아모르 파티에서 파티는 'party'가 아니다.


아모르 파티는 파티하고 아주 잘 어울리는 노래는 맞지만 이 때 파티는 'party'가 아닙니다. 아모르 파티는 로마자로 'Amor Fati'라고 씁니다. Amor가 라틴어 등에서 '사랑'을 뜻한다는 건 다들 잘 아시죠? Fati는 영어로 'Fate', 즉 운명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아모르 파티는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 됩니다. 한국 철학 서적에서는 저 표현을 보통 '운명애(運命愛)'라고 번역합니다.


맨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이 말을 유명하게 만든 사람이 바로 니체입니다. 그는 1882년에 펴낸 책 '즐거운 학문'에 "나는 필연적인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보는 법을 배우려 한다. 그리하여 나는 사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자가 될 것이다. 아모르 파티! 지금부터 이것이 나의 사랑이어라! 나는 추한 것과 전쟁을 벌이지 않으련다. (중략)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오직 긍정하는 자가 되려 한다"고 썼습니다. 


'운명을 사랑하라'는 표현을 얼핏 보고 들으면 운명에 굴복하고 순응하라는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은 죽었다'고 말한 니체는 진정한 운명의 주체로서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아모르 파티'라는 표현에 담았던 겁니다. 


가수 이은미 씨(52)는 2016년 'Amor Fati'라는 타이틀로 리메이크 앨범을 내놓았습니다. 이은미 씨는 이 앨범 발매 즈음 "나이가 들면서 음악을 하는 것이 이번 인생에서는 내 운명이구나. 내가 노래를 사랑하고 무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운명을 더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의미로 앨범 제목을 이렇게 정했다"고 인터뷰했습니다. 그러니까 김연자 씨가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라고 노래한 것과 이은미 씨 앨범 제목이 서로 맞닿아 있는 겁니다.

 

5월은 아모르 파티!


사실 과학적으로 우리도 모두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 모두 피를 나눈 먼 친적이거든요. 여러분 한 명이 존재하려면  일단 부모님 두 분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은 각자 조부모님 두 분(총 네 분) 사이에서 태어나셨죠.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약 400년 안에 여러분 딱 한 명 조상 숫자만 당시 지구 전체 인구 숫자보다 더 많아지게 됩니다.

 

실제로 이럴 수는 없으니까 우리 모두에게 서로 공통 조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이치에 맞습니다. 실제로 현대 유전학은 현생 인류 모두 15~20만 년 전 살았을 것으로 추정하는 '아프리카의 이브'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이 더 소중합니다. 지금, 바로 여기, 우리가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형제자매 사이라고 해도 아마 100년만 지나면 우리 자손은 서로 누구인지 모른 채 살아갈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여러분 증조 할머니 형제자매가 어떤 분이었는지 아시나요? 그래서 김연자 씨가 "인생은 지금이야"라고 노래한 것처럼 "가족도 지금"입니다.


그러니 지금 부모님께 당장 전화 한통 드리세요. 한 해외 사이트에서 여섯 낱말로 된 가장 슬픈 이야기를 공모한 결과 1위를 차지한 건 "시리야, 엄마 전화번호를 내 연락처에서 지워줘(Siri, delete Mom from my contacts)"였습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부모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는 날이 옵니다. 미루지 마세요. 바로 지금이 사랑할 시간입니다!


모 회사에서 사보에 쓰겠다고 부탁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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