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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중구-용산구…시군구 순서는 왜 이렇게 이상할까?


이번 선거나 행정자료 보면 서울시 자치구 리스트 분류 기준이 뭘까 싶더라고요. 가나다는 확실히 아니고… 혹시 아시는지요?


한 독자 분께서 요즘에도 '잡학사전' 제보를 쌓고 있는지 물어보시며 남겨 주신 질문. 일단 정답은 행정구역 코드 순서입니다.


사실 이상하기는 이상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캡처한 위 그림을 보시면 서울시 자치구는 종로구-중구-용산구… 순서로 이어집니다. 서울시 홈페이지 역시 같은 순서로 25개 자치구를 나열하고 있습니다. 


일단 질문자 말씀처럼 가나다 순서는 확실히 아닙니다. 서울 시민이라면 주소 입력 과정에서 자신이 사는 구를 선택하려다가 가나다 순서가 아니라는 사실에 분노해 보신 경험이 한두 번 정도는 다들 있으실 겁니다. 


분구(分區) 순서도 아닙니다. 자치구 순서상 강동구가 맨 마지막(25번째)인데 강남구에서 강동구가 갈라져 나온 건 1979년이거든요. 이후 1988년에 강동구에서 송파구가 떨어져 나갔는데 송파구는 강동구 바로 앞에 나옵니다.


자치구 순서를 지도 위에 표시해 보면 100% 직관과 일치하지는 않아도 일정한 패턴을 띄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그림이 나타납니다. (북동쪽에서 북서쪽으로 갑자기 넘어가는 건 이 생활권 계획에 따른 결과일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순서가 분구 시점을 따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사람 손을 탄 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드로 만들어 놓은 거죠. 


'전자정부법' 제50조는 "중앙사무관장기관의 장은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자문서, 행정코드 및 행정기관등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행정업무용 컴퓨터 등의 표준화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국 모든 시군구는 다섯 자리 숫자로 된 코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 종로구는 11010, 중구는 11020, 용산구는 11030입니다. 그러면 강동구는? 네, 맞습니다. 11250입니다.


위에서 확인하신 것처럼 서울은 전부 11입니다. 이건 시도 코드입니다. 인터넷에서 시도 선택 목록을 보시면 서울이 제일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 부산(21)-대구(22)-인천(23)-광주(24)-대전(25)-울산(26) 순서로 광역시가 나오고, 이어서 특별자치시인 세종시(29)가 나옵니다. 9개 도 역시 이 코드에 따라 경기(31)-강원(32)-충북(33)-충남(34)-전북(35)-전남(36)-경북(37)-경남(38)-제주(39) 순서로 등장합니다.


이건 소위 '행정동' 코드고 '법정동' 코드도 따로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법정동 코드는 행정동 코드와 숫자 자체는 다르지만 순서는 같습니다. (행정동-법정동 차이가 궁금하신 분은 이 연합뉴스 기사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는 선거 때문에 시작했고 '선거관리위원회법'은 행정동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행정동 기준으로 설명했을 뿐입니다.


행정 업무를 하는 데 이런 코드가 필요하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일반 사용자 관점에서도 그럴까요? 심지어 공공기관이 아니면서도 이 코드 순서를 따르는 웹사이트도 적지 않습니다. 가나다 순서라는 충분히 직관적인 시스템이 있는데 프론트 엔드까지 이 순서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컴퓨터의 것은 컴퓨터에게, 사람의 것은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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