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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을 읽읍시다 #34 조영래 부고


대한민국이 조영래를 잃었다. 그의 이름을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젊은이들도 영결식에 참석한 이름을 들으면 그가 얼마나 위대한 인간이었는지 알 수 있으리라. 계훈제 김근태 김문수 노무현 문익환 박원순 서경석 송건호 이소선 이재오 그리고 조갑제.

조갑제 선생은 추모사에서 "조 변(辯)은 작은 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아는 이였다. 그는 연탄 공장의 진폐증 환자, 스물다섯에 정년퇴직해야 했던 여자, 분신자살한 젊은 노동자, 이런 작은이들의 문제 속에서 이 역사와 우리 사회를 알리는 의미를 뽑아냈다"고 썼다. 훗날 전태일 평전으로 알려진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을 쓴 것도 그였고, 김지하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던 '양심선언문'도 사실 그의 작품이었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우리가 사는 이 곳과 많이 다른 풍경이었으리라.

별다른 기자 시험 준비를 안 했다는 나도 사실은 "권 양, 온 국민이 그 이름은 모르는 채 그 성만으로 알고 있는 유명인사. 얼굴 없는 우상이 되어버린 이 처녀는 누구인가"로 시작하는 부천서 성고문 사건 변론 요지서는 몇 번쯤 베껴썼다. 우리 양심이 사실은 눈물샘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음을 이만큼 잘 알려주는 글이 또 있을까. 22년 전 오늘, 대한민국은 겨우 마흔 셋이었던 조영래를 잃었다.

기사 읽기: http://bit.ly/SPPl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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