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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보다 기술: 어떤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


제가 세상에서 가장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각종 캠페인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도 이런저런 캠페인을 벌이지만 (어떤 의미에서 언론사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고 말입니다) 사실 저조차 좀처럼 동의하기 힘든 게 많습니다. 방향이 잘못됐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과연 저게 진짜 효과가 있을까' 궁금하다는 말씀입니다.


오히려 사람들 행동을 바꾸는 건 기술 발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줄 서서 버스 기다리기'는 어떨까요? 지금은 어지간한 광역버스 노선 정류장에서는 사람들이 한 줄로 서서 기다리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게 각종 캠페인 덕일까요? 그보다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술을 활용해 도착안내단말기(BIT)가 정확하게 작동하게 됐기 때문 아닌가요? 물론 이를 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기술 발달도 한몫했을 겁니다. 


요컨대 '선진 시민이 됩시다' 같은 뜬구름 잡는 공자 말씀보다는 구체적인 기술 발달이 인간 행동 변화를 끌어 낼 수 있다는 겁니다. "열차가 들어오니 노란 선 뒤로 한 걸음 물러나 달라"고 골백번 외치는 것보다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는 게 낫습니다. 교통사고만 나면 무조건 '니 잘못'을 주장하던 이들이 줄어든 건 운전자들이 '시동 꺼! 반칙 운전' 시리즈에 감화됐기 때문이 아니라 거의 모든 차가 블랙박스를 달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브라질에서 택시 승객들 안전벨트 착용률이 크게 오른 것도 캠페인 때문이 아니라 그래야 와이파이를 공짜로 쓸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캠페인을 하지 말자"는 캠페인성 주장을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1)저도 별수 없는 신문 기자이기 떄문일 거고 2)더 중요한 이유는 (어쩌면 뒤늦게)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에 함부로 주차하지 못하게 하는 홀로그램 기술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어떻습니까. 물론 좀더 보완해야 할 요소야 있겠지만 그저 '장애인 주차 구역을 비워둡시다'하고 캠페인을 벌이는 것보다는 이쪽이 더 효과가 나아 보이지 않나요? 물론 어차피 홀로그램일 뿐이니 저 경고를 무시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벌금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니 완벽을 바라는 건 무리일 겁니다. 그러니까 규제 역시 해법이 못 된다는 말씀입니다. (규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뒤에 나옵니다.)


한국에서도 운전 습관하고 관련해 창의성을 발휘한 분이 있습니다. 착시를 이용해 어린이 보호 구역을 알리는 글자가 솟아 있는 것처럼 만든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장애인 주차 구역에는 절대 차를 세우지 않지만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는 과속을 일삼는 게 사실인데 저걸 보면 차마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또 '규제'를 내세우니 이 얼마나 답답한 노릇입니까. 아마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도 한국에 들어오면 똑같은 문제에 시달리고 말겠죠? 바로 그게 세상이 바뀌지 않는 이유일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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