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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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헤는 밤

사건 헤는 밤

새벽이 지나가는 형사계에는
피의자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업무보고속의 사건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수첩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사건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보고 시간이 오는 까닭이요
담당 형님이 자고 있는 까닭이요
아직 술 취한 피의자 조사가 끝나지 않은 까닭입니다

사건 하나에 안도와
사건 하나에 기쁨과
사건 하나에 갈굼과
사건 하나에 한숨과
사건 하나에 추가취재와
사건 하나에 팀장님, 팀장님

팀장님, 나는 사건 하나에 그간 배운 죄명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평소 때도 친숙했던 혐의들의 이름과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중감금,
공전자기록위작, 이런 듣도보도못한 혐의들의 이름과 벌써 단순 사건이 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같은 혐의와 찌질한 미수 혐의들의 이름과 명예훼손,
강제추행, 도박개장,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야간건조물침입, 점유이탈물횡령
이런 혐의의 명칭을 불러 봅니다

얘기되는 사건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단독이 아스라이 멀듯이,

형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숙직실에 계십니다

나는 팩트들이 부족해
이 많은 사건들이 쓰인 수첩 위에

질문거리들을 써보고
볼펜으로 그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도는 마와리는
특이사항없음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하리꼬미가 끝나고 나의 수습생활에도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 받듯이
일진 선배 번호 찍힌 전화도
펄쩍 뛰지 않고 앉아서 받을 수 있을 게외다.


─── kini註 ────────
원래 이 블로그에는 펌글이라는 게 없지만…
도저히 퍼오지 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문장 -_-)b

아마도 연합수습이 쓴 걸로 보이는데
정말 사츠들의 심정을 너무도 잘 대변하고 있음 -_-)b

아, 길고 지루한 마와리의 밤이여 ㅠㅠ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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