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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휴대전화가 해외에서 안 먹히는 이유

트위터에서 접한 기사를 한 번 번역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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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Gilhooly/Bloomberg News


얼핏 보면 일제 휴대전화는 흠 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e메일은 물론 인터넷 접속도 가능하고, 신용카드 기능도 갖추고 있다. 심지어 보딩 패스(비행기 탑승권)나 체지방 계산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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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Kyung-Hoon/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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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ko Kimura/Getty Images
하지만 미국 시카고나 영국 런던에서 일제 휴대폰 사용자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파나소닉이나 샤프, NEC 같은 브랜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말이다. 수년간 해외시장을 두드렸지만 일본 휴대폰 제조업체는 여전히 고전중이다.

이에 대해 동경에 있는 정보통신(IT) 컨설팅업체 유로테크놀러지 저팬 게르하르트 파솔(Gerhard Fasol) 대표는 "일본은 기술적 측면에서 몇 년을 앞서 있다. 하지만 세계인을 유혹하는 데는 그것만으로 부족했다"고 설명한다.

일본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나쓰노 다케시(夏野剛) 게이오대 교수(사진)는 "일제 휴대전화는 다윈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마주쳤던 고유종과 비슷하다. 뿌리는 비슷하지만 진화 방식은 아주 독특했다"고 설명한다.

나쓰노 교수는 대형 통신사인 NTT 도코모 재직 시절 'i-Mode'라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했다. 나쓰노 교수는 올해 휴대폰 업체 전문가들을 모아 일제 휴대전화의 해외 시장 공략법에 대한 토론 자리를 만들었다.

나쓰노 교수는 "일본에서는 평범한 사람도 최첨단 휴대폰을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며 "우리는 왜 그걸 이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고 전했다.

일본 휴대폰 제조사 중 해외 시장에서 안정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회사는 소니에릭손뿐이다. 소니에릭손은 일본 전자 업체와 스웨덴 통신사가 합작해 영국에 설립한 벤처 회사다.

게다가 소니에릭손도 예전만 못하다. 소니에릭손은 노키아(핀란드), 삼성, LG(이상 한국), 모토로라(미국)에 이은 세계 5위 브랜드지만 시장 점유율은 6.3%밖에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일제 휴대전화가 신기술을 주도하고도 별 재미를 못 봤다는 것. 일본에서는 1999년부터 휴대폰으로 e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었고, 2000년에는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가 시장에 나왔다. 2001년에는 3세대 무선 통신을 도입했고 2002년 MP3 다운로드, 2004년 전자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2005년에는 휴대전화로 디지털 TV까지 볼 수 있게 됐다.

일본인 1000만 명이 최신 3세대 스마트폰을 쓴다. 이는 미국보다도 두 배나 많은 숫자. 시장 규모도 훨씬 크다. 일본인 대부분은 컴퓨터보다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한다.

사실 일본 업체들은 디지털 데이터 시대를 압도할 수 있는 지위를 차지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착각이었다. 1990년대 일본 업체들은 2세대 무선 통신 표준 기술을 만들었지만 해외에서는 외면당했다. 일본인들은 'i-Mode'를 만들어 전자 상거래 붐을 만들었고 콘텐츠 시장도 엄청나게 커졌지만 모두 자국에 국한된 일이었다. 새로운 시도를 하면 할수록 고립만 심해졌다.

2001년 일본은 3세대 무선통신 표준을 도입했지만 역시나 속도가 너무 바른 게 문제였다. 일제 휴대전화가 너무 시대를 앞서갔던 것이다.

사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일본 내 수요가 충분해 해외 시장 공략에 실패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내수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9퍼센트가 줄었고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안 좋을 전망이다. 올해 예상 판매량 300만 개를 두고 통신사 여덟 곳이 경쟁을 벌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본 휴대전화 업체들은 자연스레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NEC는 2006년 만성 적자를 이유로 해외 시장을 포기했지만 최근에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파나소닉 샤프 도시바 후지쓰 같은 회사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컨설팅 업체인 가트너 저팬 다자키 켄시(田崎堅志) 부사장은 "일본 휴대폰 업체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거나 사업을 접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나쓰모 교수는 바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토론회를 열었던 것. 도쿄 중심가 고층빌딩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일본 최고 휴대전화 전문가 21명이 모여 시장 상황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벌였지만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결국 토론 주제는 일제 휴대전화 그 자체로 바뀌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일제 휴대전화가 하드웨어는 뛰어나지만 인터페이스는 낙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일제 휴대전화 대부분은 아이폰을 비롯 다른 스마트폰 대부분과 달리 컴퓨터와 동기화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일본 내 1위 통신업체인 소프트뱅크 모바일 마쓰모토 데쓰조(松本徹三) 수석 부사장은 "우리는 휴대전화 제조사마다 각기 다른 고유 인터페이스를 고집했기 때문에 시간과 자본 낭비도 심했다"며 "일본 휴대전화는 사실상 '수제품'이다. 이 구조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인기가 없는 폴더형 디자인이 유독 일본에만 많은 것처럼 일제 휴대전화가 가진 특징도 문제로 지적됐다. 태양 전지, 방수 기능 같은 최신 기술에 소홀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드웨어에 너무 집착해 최신 모델도 크기를 줄이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몇몇 전무가들은 "부가적인 하드웨어 기능을 고집하느라 기술 개발이 늦춰졌다"고 견해를 밝혔다.

소프트뱅크에서 내놓은 샤프291SH는 90도로 회전하는 LCD 스크린은 물론 GPS, 바코드 리더, 디지털 TV, 신용카드, 화상회의, 카메라 기능에 얼굴 인식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한편 일본 휴대전화 개발자들은 애플 아이폰과 앱스토어에 대한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폰은 무게 중심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 미국과 유럽 휴대전화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꾸었다. 나쓰노 교수는 자기 3세개 아이폰을 만지작 거리며 "이게 바로 내가 만들고 싶었던 휴대 전화"라고 말했다.

하드웨어에 치중해 발달한 독특한 휴대전화 문화 때문에 일본 내 아이폰 성공 여부에 대한 예측도 어려웠다. 한 전문가는 "일본인들은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연결하는 걸 아직 낯설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갈라파고스 증후군을 주제로 한 이 토론를 마치면서 △소프트웨어에 좀더 집중해야 한다 △해외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 △해외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클레이스 캐피털 저팬 소속 애널리스트 쓰사카 데쓰로(津阪哲郞) 씨는 "아직도 일본 휴대폰 업계가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에 늦은 건 아니다"며 "게다가 갈라파고스 제도 밖에 있는 휴대폰 대부분도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했다.



─── kini註 ────────
트위터도 마찬가지고 EA가 내놓는 게임도 그렇지만 누구나 직접 원하는 형태로 가공할 수 있는 개방성. 그것이 성공 열쇠가 아닐까?

뉴욕 타임스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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