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총명불여둔필
assignment Common Sense

왜 하필 돼지 저금통일까?

 PiggyBank2 by Daniel Y. Go


# 돼지 저금통

얼마 전에 누군가와 술 마시다가 나온 얘기.

-동전을 넣는 저금통을 왜 하필 돼지 저금통이라고 했을까?
-당연하잖아. 돼지는 돈(豚)이라고.
-과연 그런 건가 보군.

택시를 잡고 헤어지려는데 그가 마지막으로 말한다.

-그런데 돼지 저금통은 영어로도 piggy bank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감기 탓에 집에 있다가 갑자기 생각나 wikipedia 검색.

이에 따르면 중세 영어에서 'pygg'은 물병 같은 걸 만들 때 쓰는 진흙 종류였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이 pygg으로 만든 단지에 동전을 넣어두는 일이 흔했다. 이 말이 변해 Piggy Bank가 됐다는 것.

다른 주장도 있다. 미국에 살던 소년 윌버 채프먼이 돼지 저금통을 처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윌버는 자기에게 용돈을 준 탄넬 아저씨에게 이렇게 감사 편지를 썼다. "저희 마을에는 한센병 환자들이 많아요. 저는 탄넬 아저씨가 주신 용돈 3달러로 새끼돼지를 사서 키우려고 해요. 이 돼지를 팔아 한센병 환자 가족들을 돕고 싶습니다."

윌버는 정말 돼지를 사서 키웠고 이 마을에 돼지 키우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실제로 한센병 환자도 도왔다. 이 사실을 한 신문에서 소개하면서 돼지 저금통을 만들어 이웃을 돕기 시작했다는 것.

물론 나는 윌버 이야기를 더 믿고 싶지만 어느 쪽이 사실이든 '돼지 저금통'은 결국 돈(豚)이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셈이다.


# 갖고 싶은 저금통

꼭 돼지 모양으로 생겨야 'Piggy Bank'는 아니다. 내 책상 위에는 미키 & 미니 마우스가 활짝 웃고 있는 작은 저금통이 멋지게 자리잡고 있다. 이 녀석 역시 Piggy Bank다.

이 녀석에게 불만이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기회가 된다면 이 녀석은 한 번 꼭 사고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쩐지 동전을 열심히 모아서 건전지 사는 데 다 써야 할 것 같긴 하지만…

어릴 때 부른 '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하는 '저금통'이란 동요에는 '벙어리 저금통'이 등장한다. 요즘 내 저금통은 너무 말이 많다.


# Swine

신종인플루엔자A(H1N1)은 처음에 '돼지독감'이라고 불렸다. 이때 돼지는 영어로 pig아 아니라 swine이다. pig는 돼지 한두 마리, swine은 돼지라는 품종 전체를 일컫는 낱말이라고 보면 된다.

swine에는 이런 뜻 말고도 '비열한 놈', '욕심쟁이', '호색한' 같은 뜻이 있다. 두산동아 영한사전에는 예문으로 'You swine!'을 '이 개똥상놈아'라고 번역해 싣고 있다. 그러니 돼지 저금통은 역시 'swine bank'가 아닐 수밖에…

댓글,

Common Sense | 카테고리 다른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