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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복이 교복이 된 까닭은?

11월 11일은 무슨 날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빼빼로 데이'라고 답하겠지만 오늘은 우리나라 해군 창설기념일이기도 합니다. 1945년 이날 손원일 제독이 해군의 모태가 된 '해방병단'을 결성했습니다.


주로 교육 이야기를 하는 이 블로그[각주:1]하고 해군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당연히 상관이 있습니다. 교복을 뜻하는 일본식 낱말 '세라복(セ―ラ―服)', 즉 세일러 복(sailor suit)이 해군복에서 유래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해군복이 교복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초는 19세기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46년 영국 왕립 해군이 앨버트 에드워드 왕자에게 해군복을 선물로 줬던 것.


프란즈 크사버 빈터할터 '세일러 복을 입은 앨버트 에드워드 왕자'


이때부터 영국은 물론 유럽 전역에 아동복으로 세일러복이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지금도 빈 소년 합창단 공식 단복에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장사꾼들이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겠죠. 해군복을 납품하던 재단사 피터 톰슨이 세일러복을 손질해 한 초등학교 교복으로 납품하게 됩니다. 결과는 대성공. 이때부터 세일러복이 교복으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이시도어 베어헤이든 '세일러복을 입은 소녀'


군국주의에 열을 올리던 일본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1920년 헤이안(平安) 여학원에서 세일러복을 교복으로 채택했던 겁니다. 당시 여학생들이 이 교복에 반해 헤이안 여학원 진학을 선호할 정도였다고 하니 신문물에 대한 동경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기록에 따라 헤이안 여학원보다 1년 앞서 후쿠오카(福岡) 여학원이 체육복으로 세일러복을 도입한 걸 시초라고 보기도 합니다. 당시 후쿠오카 여학원 교장이던 영국 출신 엘리자베스 리 여사가 세일러복을 소개했다는 의견입니다.


일본 지배 아래 있었던 우리나라에도 자연스럽게 세일러복이 여자 교복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제 그리 많지는 않지만 역사가 오래된 여학교에서는 아직도 세일러복이 교복인 학교도 있습니다.


일본과 그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에만 세일러복 형태 교복이 있는 건 아닙니다. 독일이나 인도네시아에서도 비슷한 디자인으로 된 교복을 입고 있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를 비롯해 아동복으로 여전히 인기 있는 것도 물론이고 말입니다.


그래도 역시 세라복하면 일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이미 이런 노래가 인기를 끌었다니 일본인의 세라복 사랑은 따라가기 힘들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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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남학생 교복인 가쿠란(学ラン)은 프러시아 군복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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