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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슈퍼문 때문?

똑같은 보름달도 어떨 때는 크고 어떨 때는 작습니다. '정월 대보름'이라는 명절이 괜히 생긴 건 아니겠죠. 그런데 정월 대보름보다 더 큰 보름달도 뜰 수 있습니다. 이걸 '슈퍼문(SuperMoon)'이라고 하는데요, 이달 19일에 뜨는 보름달이 바로 슈퍼문이라고 합니다. 이 슈퍼문 때문에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걸까요?


한국경제는 영국 일간 메일 기사를 인용해 "일본의 대형 쓰나미는 예고됐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가 가장 가까웠던 1992년을 비롯해 슈퍼문 현상이 나타난 1955년,1974년,2005년 모두 기상이변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 신문은 "가장 최근(슈퍼문)인 2005년에는 그해 1월 슈퍼문이 뜨기 2주 전에 수만명의 목숨을 휩쓸어간 쓰나미가 인도네시아를 덮쳤고 1974년 성탄절에는 사이클론 트레이시가 호주 노던준주(準州) 주도 다윈을 강타했다. 일본의 대형 쓰나미는 이 같은 슈퍼문 및 자연재해와의 연관성을 또다시 부각시키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정말 슈퍼문은 지진이나 화산 활동을 일으키는 걸까요?

달이 지구를 도는 궤도는 타원형입니다. 이 때문에 어떨 때는 달이 지구에서 멀고 어떨 때는 가깝죠. 이건 과학적 사실입니다. 달과 지구 사이가 가장 멀 때는 약 41만km, 가까울 때는 35만4000km 정도입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달이 더 크게 보이고 다른 때는 더 작게 보입니다. 이것 역시 분명한 사실입니다. 우리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고, 아래 그림을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죠. 더 큰 보름달도 있고 작은 보름달도 있습니다.


이번 달에는 왼쪽 그림보다도 더 가까울 때(35만6000km) 보름달이 떠 문제라는 게 '슈퍼문  가설'입니다. 그런데 지구는 거의 한 달이면 공전 궤도를 한 바퀴 돕니다. 달리 말하면 가장 먼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까지 가는데 2주 정도 걸린다는 겁니다.

여기서 슈퍼문 가설의 첫 번째 허점이 드러납니다. 사람들은 이미 어떤 날 달과 지구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관측하고 예측할 수 있거든요. 달은 이달 6일에 지구와 40만6582km 떨어진 지점을 지났습니다.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난 11일에는 40만km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심지어 달-지구 평균 거리(38만4400km)보다도 멀리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게 슈퍼문 때문이라고요?

게다가 달은 지진에 거의 영향이 없다는 게 과학계 주류 의견입니다. 달이 조류를 일으키는 게 사실이고, 슈퍼문이 나타난다는 19일은 '한사리'로 조수간만의 차가 1년 중 가장 클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달이 지진을 일으키고 쓰나미를 일으키는 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럼 도대체 슈퍼문 가설은 어디서 시작했을까요?  데일리메일 기사에 정답이 숨어 있습니다. 이 가설을 주장한 사람들이 바로 astrologer, 즉 점성술사였거든요. 그러니까 '점쟁이' 예언에 사람들이 낚인 셈이죠.

기사에서도 브리스톨대 조지 헬프리치 교수(지진학)는 "완전 넌센스"라고 일축합니다. 슈퍼문이 대형 지진을 일으킨다면 평소에도 달이 작은 지진을 일으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죠.

그런데 슈퍼문이 나타날 때마다 기상이변이 나타난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아니, 왜 꼭 유명한 인물이 태어날 때는 별똥별이 떨어진 걸까요?  

차라리 온라인커뮤피니 '디시인사이드'에서 한 누리꾼이 일본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게 더 믿을 만한 것 같습니다. 장님이 문고리 잡은 건지 아닌지는 알아봐야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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