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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윌리스는 딸들에게 MP3를 물려줄 수 있을까


브루스 윌리스가 애플 본사에 쳐들어갈 거란 소식이 인터넷을 달궜습니다. 영화 '다이하드' 이야기가 아닙니다. 윌리스가 애플을 고소하려고 변호사들에게 자문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는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딸들에게 내 MP3를 물려줄 수 있나?"

이 소식을 처음 전한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일(현지 시간) 확인되지 않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 아이튠스에서 수천 달러어치 노래를 다운 받은 윌리스가 자녀들에게 디지털 음원을 물려줄 수 있도록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여러 매체에서 데일리메일 기사를 인용하면서 사실처럼 굳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윌리스의 아내 엠마 헤밍이 트위터를 통해 '사실이 아니다'고 밝히며 고소 해프닝은 끝났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상속인에게 디지털 음원은 물려주는 게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달라진 건 아닙니다. CD나 LP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도대체 디지털 음원은 뭐가 다른 걸까요?

디지털 저작권 전문 변호사 조나선 핸델은 미국 CNN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책을 살 때도 책 내용 그 자체가 아니라 책의 사본 한 권을 구입하는 것뿐"이라며 "우리가 디지털 음원을 구입할 때도 노래 자체가 아니라 특정 기기에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권리를 산것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애플 아이튠스 뿐만 아니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이나, 구글 플레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내용은 사용자 이용 약관에 다 포함된 내용입니다. 이용 약관은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사이의 엄연한 계약입니다. 우리가 이용 약관을 읽고 '동의'를 클릭 또는 체크하는 순간 이 내용에 법적으로 동의한 게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길고 긴 이용 약관을 다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한 트위터 사용자는 "윌리스가 애플을 고소한다는 게 더 놀라운 일인지 아니면 그가 이용약관을 정말로 다 읽었다는 게 놀라운 일인지 모르겠다"고 이 상황을 비꼬기도 했습니다.


사실이 그렇죠. 애플 사용자 여러분, 아이튠스에서 다운로드 받은 노래는 열 개 이하의 애플 기기에서만 재생할 수 있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그것도 모든 제품이 해당 아이튠스 계정 이용자의 소유물일 때만 간으합니다. 또 아이튠스에서 다운로드 받은 노래가 들어 있는 재생 목록은 CD에 일곱 번까지만 구울 수 있습니다.

더 복잡한 건 이런 겁니다. 윌리스는 이미 음악을 저장한 노트북이나 아이폰, 아이팟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는 물건을 물려준 거니까요. 그렇지만 자녀가 그 안에 들어 있던 노래를 자기 최신 애플 제품에 전송하는 건 안 됩니다.

이건 윌리스뿐 아니라 우리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위에 쓴 것처럼 애플뿐 아니라 모든 디지털 제품, 그러니까 e북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도가 시대를 못 따라온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한번 시간이 남아도신다면 이용약관을 꼼꼼하게 읽어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래 애니메이션 같은 일을 당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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