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낙서, 인생
누군가 자신의 인생을 벤취에 비유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게 보자면 내 인생은 수많은 낙서로 얼룩진 채로 할렘가 어느 어두운 구석쯤에 이젠 제 구실을 잃어버리고 기껏해야 쓰레기 투기장 노릇이나 하며 앉아있는 아주 더러운 벤취쯤이 될 것 같다. 그런데도 스스로 그것을 밝은 곳으로 끄집어 내어 깨끗이 닦고, 페인트 칠도 새로 하고 하지 않은 까닭은 가끔씩 더러운 냄새를 맡으며 비뚤비뚤 씌어진 낙서를 읽어 나가는 재미도 그리 기분 나쁜 일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것만이 나도 한 때는 사람들이 앉을 수 있던 벤취였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구실을 아직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일는지도 모른다. 오늘, 모처럼 쓰레기 몇 덩어리를 치우고 나서 천천히 낙서들을 다시 읽어 내려 갔다.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