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어느 해맑은 아침 '상실의 시대'를 읽는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 7년 전에 쓴 글을 생계형 야근중 데스킹4월 어느 해맑은 아침 노선번호 7770 버스 안에서 '상실의 시대'를 읽는 여자 아이와 엇갈린다. 솔직히 그렇게 예쁘지는 않지만 눈에 띄는 데가 없는 것도 아닌 아니다. 배꼽이 살짝 드러나는 분홍색 쫄티. 등에는 유행이 좀 지나긴 했지만 마젠타가 기분 좋게 감도는 키플링 가방을 맸다. 긴 다리엔 짙은 청색이 멋지게 늘어진 나팔바지가 감겼고 아디다스 제품인 감색 스니커즈를 신었다. 상투적이게도 배꼽 옆에 조그만 흉터가 있었고, 피부가 그리 좋지 않은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했다. 그렇다고 아주 나쁜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 나이 또래에 그 정도 피곤이 붙어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벌써 서른에 가까울 테니 말이다. 아니, 솔직히 그녀가 몇 살인지는 도무지 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