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遺書)
삶을 마감하는 방식을 생각합니다. 입버릇처럼 자살 이야기를 꺼냈지만 절실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건 어떤 식이냐 하면 러시안 룰렛 게임을 즐기는 척 하면서도 실은 총알 하나 장전하지 않은 채 방아쇠를 당기는 검지에 공포가 그대로 드러나는 모양새입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가락에 우연히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가 자기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겨 버리는 그런 공포 말입니다. 저는 숙달된 사수가 못 되어서 이스라엘에서 만든 기관단총을 가지고서는 사람 하나 죽이지 못합니다. 설사 그 사람이 저 자신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숱한 연습으로 총알 세 발로 사람을 죽이는 게릴라들과는 전적으로 다른 존재입니다. 오히려 저는 망원렌즈까지 부탁된 저격용 총으로 멀리서 제 심장을 관통하는 일에 익숙합니다. 근거리는 오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