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기사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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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쌍둥이 돌보며 페이스북에 쓴 글입니다. 그래서 생각이 정말 끊어집니다. 쓰다 보니 어느새 아침입니다 ㅡ,.ㅡ)


• 현재 '디지털통합뉴스센터'라는 곳에서 일하는 기자인데도 소위 인터랙티브 기사, 그러니까 그 유명한 뉴욕타임스(NYT) 스노우폴(Snow Fall) 스타일 기사는 '일부러' 피하고 있습니다. '일부러'라고 잘난 체 하는 이유는:


1)NYT에서 이 기사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든 게 2012년입니다. 이때는 이런 스타일이 미디어 기술의 최첨단이었죠. 이제는 페이지플로(pageflow) 같은 웹사이트에서 누구나 이런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술 장벽이 내려갔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한국 신문사에서는 여전히 그저 '있어 보이려고' 이런 스타일로 기사를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J일보 등 공들여 재미있는 결과물을 꾸준히 내놓는 회사도 많습니다.)


2)소위 영미 언론에는 '내러티브 전통'이라는 게 있지만 한국 신문사에는 이런 전통과 문화가 잘 없습니다. 기사를 영어 낱말로 번역해 보라면 많은 한국인이 'article'이라는 낱말을 떠올리겠지만 정작 이들은 'story'라고 부르죠. 그게 한국 신문사에서 '인터랙티브 기사를 위한 인터랙티브 기사'를 내놓는 제일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다큐멘터리(PD) 저널리즘'이라는 문화가 있는 방송사나 인터랙티브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게임 제작사에서 인터랙티브 뉴스 콘텐츠를 만들면 훨~씬 더 잘 만들 겁니다. (실제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과문해 잘 모르겠습니다.)


3)한때 많은 신문사에서 '내러티브 리포트' 같은 기사를 내보냈지만 대부분 '긴 기획 기사''일 때도 많았습니다. '올드 스쿨' 신문 기사 스타일에 질린 젊은이들이 이런 기사를 좋아한다고 믿는 언론사 '윗분'들을 제법 만나봤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분들이 만난 젊은이가 대부분 기자 지망생이라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4)확실히 기자 지망생이나 주니어 기자 중에는 이런 스타일을 선호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가진 콘텐츠를 (어찌됐든) '기사' 형태로 전환하려면 중간에 좋은 코칭이 필요한데, 신문사 데스크는 거의 대부분 '중거리 선수' 출신입니다. 인터랙티브는 물론 '마라톤'이죠. 그래서 이 마라톤이 얼마나 공을 들여야 눈길을 끌 수 있는지 모르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게 3)을 반복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단거리 경주도 이 중거리 선수 출신이 코치를 맡습니다.)


5)게다가 (적어도) '텍스트 뉴스' 독자들은 이미 인터랙티브하게 기사를 읽습니. 이 글을 읽고 계시기 전까지 그리고 읽고 계신 동안에도 여러분 엄지손가락이 무얼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시죠. 눈은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도. 마지막으로 굳이 묻자면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이 무엇인지도. 이미 90%가 넘는 '포털 뉴스 소비자'가 모바일에서 기사를 읽습니다.




• 그렇다고 기사를 쓸 때 소위 '독자와 상호작용(intreactive)해야 한다'는 생각을 1도 하지 않는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모바일 독자들은 위 그림처럼 기사를 읽거든요. 실험 하나 해보겠습니다. 배구 공격 기술을 설명한 이 블로그 포스트를 한번 클릭해 보세요.



• 글자는 단 한 긁자도 읽지 않은 분이라고 해도 분명 한 번 정도는 엄지 손가락이 멈추는 순간이 있었을 겁니다.



• 이 '수능 한파' 기사는 어떨까요? 이번에는 멈춰야 할 순간이 눈에 더 크게 들어오시지 않았는지요. (여기저기서 링크 썸네일 구실을 맡아야 하는) 타이틀 이미지만 가로 방향으로 쓰고, 나머지 이미지는 최대한 세로 방향으로 맞추는 데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달은 사실 지구를 도는 게 아니다'는 이 기사 역시 그저 주욱 훑어 보셔도 엄지 손가락이 멈추시는 곳이 있을 겁니다.



• 이 네이버 '매거진S'를 쓸 때는 접근법을 좀 달리 했습니다. 이 기사도 길고 길어 중간에 엄지 손가락이 멈출 지점을 그림과 GIF(움직이는 이미지) 파일로 표시한 건 마찬가지. 그래도 이 '매니아틱한 배구 기사'를 아무나 클릭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기사는 '상대적으로' 독자들이 콘텐츠를 꼼꼼히 읽어줄 거라고 생각했다는 뜻입니다.




그런 이유로 "여기서 잠깐! 지금부터 길고 지루한 설명이 이어진다. 그러니 2·3인 리시브 차이가 뭔지 이미 알고 계시거나, 전혀 궁금하지 않으신 분은 곧바로 다음 꼭지로 넘어가주시라. 특히 '이 듣보잡 기자 녀석이 이걸 어떻게 설명하는지 좀 보자' 싶으신 분이라면 꼭 넘어가주시라. 부탁드린다. (중략) 아직도 스크롤을 내리지 않으셨다면 퀴즈부터" 같은 표현을 넣었습니다.


'아재' 중에는 어릴 때 '문을 연다고 생각하면 21페이지, 그냥 지나간다고 생각하면 53페이지로 가시오'처럼 써 있는 소년용 탐정 소설을 읽은 분이 적지 않으실 겁니다. '미연시(미소녀 연예 시뮬레이션)' 같은 게임 장르도 기본적으로 그런 인터페이스. 그런 느낌을 독자에게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건 '편도'라 '왕복' 정도는 고민해 봤는데 자리를 못 찾았습니다.)



• 그러니까 굳이 기술 도움을 받지 않아도 = 제작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이 부서에서 하루에 기사를 매일 두 개씩 써야 한다는 걸 기억해 주시라!) 뭔가 물리적인 독자 반응을 이끌어내는 기사를 쓰려고 애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걸 그림으로 정리한 게 올해 수습 기자 교육용 자료로 만든 아래 이미지입니다. (당연하지만 지면 기사도 이렇게 써야 한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고, 이 구조만이 정답이라는 얘기도 절대 아니다. 그저 모바일과 지면은 사용자경험·UX이 다르다는 말씀이다.)



'잡학사전'(제가 요즘 쓰는 꼭지 이름)을 쓴다고 쳐보겠습니다. 그러면 리드(기사 시작 부분) - '아이 트래킹(eye tracking)' 결과를 보면 이 부분은 독자들이 원래 읽습니다 - 를 쓸 때는 독자가 이 기사를 읽고 '에이, 이 정도는 나도 안다'는 반응을 이끌어 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리드에 '세 줄 요약'도 써봤는데 그러면 그 부분만 읽고 떠나시더군요.)


이 부분을 읽고 엄지 손가락을 한번 움직인 독자에게는 '이건 몰랐지?'하고 떡밥을 던집니다. 여기까지 낚았다(?)면 그 다음은 가장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역삼각형 스타일로 일단 기본 내용을 전달합니다. 기껏 링크 클릭해주신 독자께서 읽기가 너무 지루해 아무 정보도 못 얻고 떠나면 시간이 정말 아까우실 테니까요.


이어서 디테일로 들어가면 사실 여기는 기자가 손 쓸 도리가 없습니다. 그저 독자 엄지 손가락이 어디선가 멈추기를 기대하며 가능한 한 많은 '과속 방지턱'을 배치해 둘 뿐이죠. 그게 비슷한 컵 모양이 많은데도 하필 '와인잔'을 모델로 삼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와인잔은 저렇게 잡는 게 정석 맞나요?)



마지막 '키커(kicker·기사 마무리 부분)'는 (기사를 끝까지 읽은) 독자 서비스입니다. 굳이 이런 구조를 취하지 않더라도 모바일 기사는 지면 기사보다 키커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는 끝까지 기사를 읽지 않더라도 남이 단 댓글을 보려고 스크롤을 끝까지 내리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공했는지 물으신다면 이 링크로 대답을 대신하겠습니다: http://bit.ly/2zRb3Dr (저하고 페이스북 친구이신 분들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제 키커를 쓸 차례인데, 아들내미가 웁니다. 혹시 흥미롭게 읽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면 5)로 다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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