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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키나발루 샹그릴라 탄중아루 소소한 팁 몇 가지


지난 주에 뒤늦게 아내하고 코타키나발루(KK·Kota Kinabalu)로 올 여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저희가 묵은 숙소는 '샹그릴라 탄중아루 리조트 앤드 스파'라는 곳.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노을이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혹시 KK, 더 나아가 샹그릴라 탄중아루로 떠날 분이 보실지 몰라 간단한 팁을 몇 가지 남겨드리려고 합니다.


출발 전 알아두면 좋은 것 그리고 링깃 환전

• 일단 KK를 갈까 말까 고민하고 계시다면 '가세요'. 특히 어린 아이나 어르신이 동행하신다면 더더욱 추천드립니다. 저도 가서 부모님하고 같이 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 많이 했습니다.


• 비행기표 끊을 때 주의하실 건 대한항공이 자회사인 진에어하고 코드셰어(공동운항)를 한다는 점. 아내가 표를 끊어 잘 모르고 있던 저는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체크인 카운터로 가는 뻘짓을 저질렀습니다.

 

• 이건 제가 저가항공사 국제선을 처음 타봐서 느끼는 점 같은데 목 베개 쿠션을 따로 챙겨가시는 편이 낫습니다. 또 먹거리도 간단한 스낵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현금을 내고 사드셔야 하기 때문에 우리 돈을 현금으로 챙겨가시는 것도 생각해 보시면 좋습니다.


• 현지에서 쓸 돈도 챙겨가야겠죠? 동(東) 말레이시아에 자리잡고 있는 KK는 당연히 그 나라 화폐 단위인 '말레이시아 링깃(또는 그냥 링깃·표시는 RM)'을 씁니다. 대충 1링깃에 300원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자세한 환율은 이 링크에서 확인해 보세요.)

 

• 참고로 2014년 구매력평가(PPP) 기준 말레이시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8509달러(약 2209만9746 원)로 같은 해 3만5485달러(약 4236만9090 원)인 우리나라 절반 수준입니다. 

 


• 1인당 GDP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기본적으로 물가가 비싼 편은 아니기 때문에 몇 푼 아끼겠다고 발품 팔지 마시고 인천국제공항에서 주거래 은행을 찾아가 원화→링킷 환전을 추천드립니다. KK에 있는 가게는 대부분 신용카드를 받으니 평소 여행하실 때 필요한 금액 정도만 환전하시면 충분할 듯합니다. 저희 부부는 30만 원 바꿔 갔습니다.


• 인천공항에서 돈을 바꾸면 좋은 이유 또 한 가지는 택시 티켓 때문. 공항에 내리자마자 숙소로 이동하시려면 1층에서 링깃을 주고 티켓을 사셔야 합니다. 낯선 나라에서 환전하는 것보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바꾸고 가는 게 마음이 편하겠죠. 택시 요금은 공항↔리조트, 리조트↔시내, 시내↔공항 모두 30링깃 정액제입니다. 밤 11시가 넘어가면 할증 요금을 적용해 45링깃이 됩니다. 시내↔시내는 15링깃이 기본.

 

• 팁 문화는 없습니다. 대신 말레이시아에서는 물건값에 GST(Goods and Services Tax)라는 세금이 붙습니다. 부가가치세라고 이해하시면 빠릅니다. 세율은 6%. 이 나라도 '글로벌 블루' 가입국이기 때문에 공항에서 GST를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돈은 당연히 링깃으로 내줍니다. 환급소는 KK 공항 출국장 맨 왼쪽 출입문 바로 앞에 있습니다.


• 데이터 로밍은 신청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서 어떤 투어를 즐기시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내용. 저희 부부처럼 '두뇌 리셋' 콘셉트로 떠나 주로 리조트에서만 머무실 예정이라면 필요없다는 말씀입니다. 리조트 안 어디서나 와이파이(wifi)가 빵빵 터집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 비용 중 가장 아까운 돈이 데이터 로밍 요금이었습니다.


• 자금이 빠듯하시다면 첫날밤은 공항에서 가까운 호텔 한 곳을 골라('카약'에서 추천 호텔 찾기) 묵으셔도 됩니다. 아무래도 리조트는 1박에 200링깃 정도로 비쌉니다. 어차피 한국에서 도착하는 비행기('카약'에서 최저가 항공권 검색)는 밤 늦게 보루네오섬(KK가 자리잡고 있는 섬)에 도착하기 때문에 잠자는 것말고는 할 게 없습니다. 그래도 1박 요금은 고스란히 내야 하죠. 근처 호텔에서 간단하게 옷만 갈아입고 주무신 뒤 아침에 이동하셔도 무방합니다. 

 


샹그릴라 탄중아루 리조트 즐기기 그리고 노을

• 여러분께 첫날밤은 다른 호텔에서 주무시라고 해놓고 저는 특별 할인가라고 계속 꼬시는 체크인 직원에게 낚였습니다. 게다가 '이럴 때 쓰려고 돈 버는 거 아니냐'는 생각에 원래 예약을 '탄중윙 디럭스 씨뷰 스위트'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가기 전 아내하고 '이럴 거면 뭐하러 여기 왔나' 싶을 만큼 잘 쉬자고 다짐했기 때문입니다. 4박에 추가 비용은 총 1000링깃이 들었습니다.



• 물을 좋아해 리조트 안에서 제 기본 모드는 '수영'이었습니다. 지금 리조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공식 명칭은 '인피니티 풀'이라고 하네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 인피니티 풀 맞습니다.) 제일 깊은 곳이 1.9m 정도 되는 그냥 전형적인 리조트 야외 수영장 형태입니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얕은 곳도 물론 있고, 짧은 워터 슬라이드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찾아 보시면 사진이 많이 나올 테니 저는 패스. 

 

• 수영하다가 허기지면 풀 사이드에 있는 '코코조 바 앤드 그릴(Coco-Joe's Bar & Grill)'에서 햄버거나 스파게티, 피자 같은 것들을 시켜먹었습니다. 가서 먹어도 되고 배달도 해줍니다. 동물원 사육사 같은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다니는데 메뉴판 가져다 달라고 하면 가져다 주고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법 맛있었습니다.

 

• 리조트 안에 있는 선셋 바(Sunset Bar)도 찾아보실 만합니다. 입장료가 따로 없는 대신 한 사람당 70링깃을 써야 합니다. 그러고 나면 아무 평생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손에 닿을 듯한 곳에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리조트 뷔페(카페 타투·TATU)는 그냥 전형적인 '동남아맛'입니다. 시간이 빠듯한 아침은 모르겠지만 저녁은 밖에서 드시는 게 나을 겁니다.

 

• 아, 리조트 안에 마사지 업소 '치(氣) 스파'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저는 평생 딱 한 번 마사지를 받아 봤는데 되게 불쾌했었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여기서 마사지 받자고 했을 때 저항했지만 결론적으로 퍽 만족했습니다. 뒤에 나오는 시내에서 받은 마사지는 또 후회했지만요.


 

코타키나발루 즐기기 그리고 쇼핑

 

• 해산물을 드시러 '아시아 시티'에 가신다면 화흥(華興·Hua Hing)을 추천합니다. 저희 부부는 고촌(古村·Old Village)하고 두 군데서 먹었는데 이 쪽이 훨씬 입맛에 맞았습니다. 고촌이 더 좋았던 건 초장 하나. 고촌에서는 기성품을 줬는데 화흥에서는 출처를 알기 힘든 걸 그릇에 담아 가져왔습니다. 맛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 해산물 고르는 건 국내 수산 시장하고 다르지 않습니다. 수족관에 있는 놈 보고 골라서 어떻게 요리해 주세요 하면 끝. (그런데 사진은 정작 한 번도 안 먹은 쌍천·双天만 남아 있는 게 함정입니다.)

 

• 고촌에 갔더니 칠리 크랩(chilly crab)을 추천하는 블로그 포스트를 보여주던데 그냥 맵고 짭니다. 싱가포르 같은 데서 먹는 칠리 크랩을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버터 크림 새우는 먹을 만했습니다. 물론 이건 입맛마다 다르겠지만 어차피 초장도 있는데 그냥 소금하고 후추만 뿌려서 구워달라고 하는 편이 한국 사람 입맛에는 더 잘 맞는 듯합니다. 예외가 있다면 코끼리조개. 이건 가게에서 추천해주는 대로 마늘 양념이 더 좋습니다.


• 아시아 시티에 앉아 있으면 만두하고 닭날개를 먹으라고 계속 호객행위를 합니다. 닭날개를 원하신다면 현혹 당하지 마시고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필리피노 마켓'을 찾아가셔요. 차도르를 두른 소녀가 아주 예쁜 한국말로 유혹한답니다. 가격도 6개에 10링깃 정도로 착했습니다. 단 이 시장에서는 맥주는 팔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저희는 방에 가져와서 먹었습니다.

 

 

• 패밀리 레스토랑이라고 할 수 있는 '어퍼스타(Upper Star)'는 참 별로였습니다.

 

• 쇼핑은 기본적으로 '비추'입니다. 특히 수리아 사바는 별로 볼 게 없습니다. 쇼핑을 하시려면 차라리 KK 타임스 스퀘어에 새로 문을 연 '이마고'를 추천합니다. 이 두 곳을 제외하고도 '센터 포인트'나 'KK 플라자' 같은 곳이 있는데 그냥 가지 마세요. 우리나라 군(郡) 단위에 있는 딱 그런 쇼핑몰입니다.

 

• 선물이 고민이시라면 사바 티나 후추 정도면 충분합니다. 사바(sabah)는 KK가 자리잡은 말레이시아 주(州) 이름이고 티(tea)는 문자 그대로 차라는 뜻. 싸고 맛있습니다. 후추도 그 향신료 후추 맞습니다. 역시나 싸고 품질이 좋습니다.

 


스타 라운지 그리고 자스민 마사지

• 리조트 체크아웃 시간은 낮 12시, 비행기가 뜨는 시간은 밤 11시 30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체크아웃 때 카운터 직원에게 '스타 라운지 티켓'을 달라고 했습니다. 이 라운지 티켓이 있으면 다시 방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부대 시설은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샤워 및 사우나 시설도 갖추고 있으니 수영장으로 향하셔도 괜찮습니다. 저희도 수영을 좀더 즐기다가 나왔습니다. 샤워하실 때는 옆에 자리잡은 헬스장에 가셔서 라운지 티켓 보여주면 라커 키를 받을 수 있습니다.



• 딱히 할 일이 없다고 공항에 먼저 가셔도 소용 없습니다. 항공사별로 체크인 시간을 정해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비행기 출발 3시간 전에 도착한다는 생각으로 가시면 좋을 듯합니다. 게다가 공항 안에서 딱히 할 것도 없습니다. 시내나 샹그릴라 탄중아루 리조트에서 공항은 대략 15~20분 거리입니다.

 

• 그리하여 저희 부부는 와리산 스퀘어에 있는 '자스민' 마사지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저는 다시 고통에 시달렸죠. (그래도 두 번 다시 마사지를 받지 않겠다는 교훈을 얻는 효과는 있었습니다.) 대신 아내는 대만족. 자스민 마사지는 캐리어 보관 서비스도 하고 있기 때문에 출국 전 마지막으로 시내를 들릴 일이 있을 때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카카오톡 ID 'jasminekota'로 연락하시면 우리말로 예약을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요금도 한국 돈으로 내실 수 있습니다.


• 공항 출국장 안에 스타벅스가 있는데 시간을 보낼 곳이 사실상 여기밖에 없기 때문에 사람이 몰립니다. 환전하고 다 못 쓴 돈이 있다면 여기서 쓰시면 됩니다. 카드하고 같이 주면서 현금을 제외하고 카드로 계산해 달라고 하면 그만입니다. 아, GST는 환급 받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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