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이던 올해 3월 14일(이하 현지시간) 세상을 떠난 이들 가운데 스티븐 윌하이트가 있었습니다.
1948년 3월 3일 태어난 윌하이트는 미국 PC 통신 업체 '컴퓨서브'에서 일하던 1987년 6월 5일 '그래픽스 인터체인지 포맷(Graphics Interchange Format)'이라는 컴퓨터 파일 형식을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지금도 널리 쓰는 이 형식으로 만든 그림 파일에는 머리글자를 따서 .gif라는 확장자가 따라붙습니다.
네, 맞습니다. 윌하이트가 바로 움직이는 그림 그러니까 '움짤'의 아버지입니다.
AP 등 미국 매체는 윌하이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유증으로 숨을 거둔 사실을 24일 전했습니다.
GIF 형식은 그림 여러 장을 파일 하나에 저장할 수 있고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동화상(動畵像)도 저장할 수 있습니다.
GIF가 세상에 처음 나올 때 사람들은 전화선과 모뎀을 활용해 파일을 주고받았습니다. 당연히 전송 속도가 떨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각 통신 업체에서는 '어떻게 해야 파일 크기를 줄이면서도 화질을 유지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결실이 바로 GIF였습니다.
그래서 GIF는 원래 저용량 그림 파일 대명사였습니다.
이로부터 35년이 흐른 현재는 반대입니다. 이제 GIF는 대용량 그림 파일 대명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터넷 속도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기 때문에 이제 그림 파일 크기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 덕에 GIF는 인터넷 세상의 만국 공통어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윌하이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인터넷 분야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웨비상 2013년 시상식에서 평생 공로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윌하이트는 이 시상식에서 GIF는 /기프/가 아니라 /지프/로 읽어야 한다고 발음 논란에 마침표를 찍기도 했습니다.
아내 캐서린 씨는 "남편은 GIF로 1센트도 받지 못했지만 GIF를 만든 걸 평생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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