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늦게 아이폰을 구입한 동생은 이 기괴한 소리가 나는 게임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동생이 자꾸 추천을 하기에 몇 번 옆에서 구경을 하기는 했지만 '도대체 왜 재미있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타워 디펜스(Tower Defense) 게임이라면 타워 매드니스(Tower Madness)가 훨씬 낫다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동생 녀석이 깔아준 '플랜트 vs 좀비(Plants vs Zombies)'를 한 두 판 즐기는 새 "아, 이건 정말 악마가 만들어낸 게임이다"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타워 매드니스를 멀리하게 된 건 당연한 일. 아이폰을 확실히 게임기로 바꾸어주는 게임, 그게 바로 플랜트 vs 좀비(미국계정 유료 $2.99)다.
좀비를 막아라!
게임 방식은 아주 단순하다. 좀비는 계속 쳐들어온다. 플레이어는 식물(plant)을 곳곳에 심어 이 좀비를 막으면 된다. 좀비는 플레이어의 뇌(腦)를 노린다.
게임을 시작하면 집 밖 길거리에 서 있는 좀비 무리가 보인다. 첫 판에는 아주 단순한 녀석들만 등장하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더 재미있고 강력한 녀석들이 나타난다. 이를테면 마이클 잭슨 춤을 추는 녀석이라든지 잼보니(zomboni · 아이스링크 청소하는 차)를 몰고 쳐들어오는 녀석들.
플레이어는 식물 목록에서 적당한 종류를 먼저 고른다. 식물마다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라운드마다 등장하는 좀비에 따라 다른 종류를 골라야 한다. 한 라운드를 때면 식물 종류도 늘어난다. 또 처음에는 식물을 일곱 가지만 고를 수 있지만 돈이 모이면 상가에서 가짓수를 늘릴 수 있다.
중독성=예측과 다양함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자원은 햇볕(sunshine)이다. 스타크래프트에 미네랄이 있다면 플랜트 vs 좀비에는 햇볕이 있다고 할까? 햇볕은 하늘에서 떨어지기도 하지만 양이 부족하다. 때문에 식물 종류를 고를 때 해바라기는 거의 필수다. 먼저 해바라기를 심어 햇볕을 확보한 다음 식물을 한 가지씩 심으면 된다.
좀비는 자기 레인(lane)을 따라 일직선으로만 들어온다. 게임 초기에는 레인이 석 줄이지만 나중에는 다섯줄로 늘어난다. 또 처음에는 잔디가 깔린 낯 풍경에서 시작하지만 레인 중간에 수영장(pool)이 등장하기도 하고 밤이 되기도 한다. 안개가 깔릴 때도 있다. 마지막엔 지붕에서 일전을 벌인다. '끝판 보스'는 좀비가 탄 로봇이다.
판이 바뀌면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밤이 되면 해바라기는 햇볕 생산 속도가 너무 느려 특수한 버섯(Sun-shrooms)이 필요하다. 또 수영장에는 곧바로 식물을 심을 수가 없다. 지붕에도 화분을 먼저 깔지 않으면 식물을 심지 못한다. 지붕에서는 그대까지 주(主) 공격 무기였던 완두콩총(Peashooters)도 소용없다. 장대를 들고 나오는 좀비한테는 호두(wallnuts)도 무용지물.
게임 중간 중간 등장하는 '미니 게임'도 흥미를 잃지 않게 해준다. 미니 게임은 두더쥐 잡기, 볼링 같은 게임을 플랜트 vs 좀비에 맞게 변형한 형태다. 또 게임 진행 방식은 일반 라운드하고 같지만 컨베이어 벨트로 식물을 배달해주는 형태로 진행하는 미니게임도 있다.
전체 라운드를 클리어하면 상점 주인 '크레이지 데이브(Crazy Dave)'가 식물 세 개를 골라준다. 플레이어는 나머지 칸만 선택할 수 있다. 꼭 필요한 식물을 골라줄 때도 있지만 '도대체 이걸 어디에 써먹으라는 걸까' 싶은 걸 줄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