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학자들이 지진 관측 결과를 분석하는 장면. 에딘버러=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듣게 되는 게 '리히터 규모'라는 표현입니다. 이번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은 리히터 규모 8.8로
미국 지질연구소(USGS)에 따르면 1900년 이후 공동 5위에 해당합니다.
그럼 도대체 이 리히터 규모라는 게 뭘까요? 요즘엔 어떻게 배우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학창시절을 보낸 1990년대엔 지구과학 시간에 '진도(震度)'라는 개념을 배웠습니다. 진도 2는 '창문이 약간 흔들리는 정도", 진도 3은 '찻잔이 약간 덜그럭거릴 정도' 같은 방식이었죠. 이는 '일본 기상청 진도 계급'으로 0~7까지 8단계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측정하는 건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1) '약간'이라는 말은 주관적인 표현입니다.
누구한테는 물이 반이나 남았고, 다른 누구한테는 물이 반밖에 안 남았는데 대관절 '약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2) 지진이 발생한 곳(진원)에서 가까이 있으면 진동을 세게 느끼고 멀리 있으면 약하게 느끼겠죠? 그래서 똑같은 지진을 두고도 서로 다르게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려고 미국 지진학자 찰스 리히터가 1935년 고안한 게 바로 '리히터 규모'입니다. 리히터 규모는 진원지에서 100km 떨어진 지점에서 지진계로 측정한 지진파의 최대 진폭에 따라 지진 강도를 표시합니다.
문제는 지진파 최대 진폭이 지진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것. 이런 차이를 알기 쉽게 하려면 숫자를 줄여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리히터 규모를 계산할 때는 수학 시간에 배운 '상용로그(밑수가 10인 로그)'를 씁니다.
지진파 최대 진폭이 A미크론(1000분의 1mm)이라면 리히터 규모는 'logA'가 되는 겁니다. 물론 실제로 리히터 규모를 측정할 때는 변수가 조금 더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도호쿠 지진도 리히터 규모 8.9라는 관측과 8.8이 맞섰습니다. 또 나중에 리히터 규모가 바뀌기도 합니다. 2004년 인도네시아 지진은 처음에 리히터 규모 8.9였다가 9.0으로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리히터 규모가 1 늘어나면 최대 진폭이 10배 커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를테면 리히터 규모 4.0인 지진은 최대 진폭이 10000미크론이고, 5.0이면 100000미크론이 되는 거죠. (고등학교 때 이걸 왜 배우는지 이해를 못 했던 로그를 이렇게 쓰고 있는 겁니다.)
최대 진폭은 땅이 얼마나 흔들렸는지 보여주기 때문에 리히터 규모를 알면 지진 파괴력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최대 진폭에 따라 파괴력은 1.5배(이론에 따라 1.44배) 늘어납니다. 그래서 리히터 규모가 1.0만큼 커지면 파괴력은 약 32배(10^1.5=31.6227766≒32) 늘어난다고 늘어난다고 계산할 수 있습니다.그럼 리히터 규모가 2만큼 차이나면 파괴력은 1000배가 커지겠죠? (∵ 2×1.5=3, 10^3=1000)
또 한 가지 리히터 규모를 가지고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떨어진 원자폭탄 '리틀보이'하고 비교할 때가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하는 걸까요? 리틀보이는 TNT 20킬로t 정도 파괴력이었습니다. 리히터 규모 1.0은 TNT 480g입니다. 리히터 규모가 커질 때마다 파괴력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알고 있으니 이걸 환산하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럼 도호쿠 지진(리히터 규모 8.8)은 리틀보이 몇 개 위력이었을까요? 정답은 여러분 손에 맡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