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영화 '개구쟁이 스머프'를 떠올리면 금세 익숙한 주제가가 따라옵니다. 흰 옷을 입은 파란 피부 꼬마들이 버섯 집에서 오순도순 사는 스머프 마을. 파파 스머프, 똘똘이 스머프, 편리 스머프, 투덜이 스머프, 스머페트, 사세트까지… 저마다 좋아하는 캐릭터도 따로 있었죠.
그런데 이 스머프 사회가 공산주의 이상을 실현했다는 주장이 쉬지 않고 들립니다. 칼 마르크스를 모델로 파파 스머프를 만들었고 그가 이끄는 스머프 마을이 곧 공산주의 공동체 모델이라는 거죠.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 한승태 연구사는 "스머프는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그 때문에 처음에 우리나라에서는 작품 수입을 불허했다"고 말합니다.
스머프를 이렇게 풀이하는 이들은 스머프의 적, 가가멜을 자본주의 상징으로 봅니다. 나중에 가가멜은 스머프를 잡아 스프를 끓여 먹으려고 하죠. 그런데 연금술사인 가가멜의 원래 목표는 스머프를 황금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가가멜은 공산주의를 탄압하고 황금만 좇는 인물인 셈이죠.
여기서 한 발 더 앞서가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안톤 부에노 씨는 "스머프는 나치 이상향"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스머프가 인종차별주의적이고 특히 반유대적인 생활을 한다는 겁니다.
부에노 씨는 대표 증거로 병에 걸린 스머프를 꼽습니다. 그는 "초기작에서 스머프가 병에 걸리면 피부가 검은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완전히 바보 천치가 된다.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음식을 먹는 소리) 냠냠'밖에 남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스머프가 흑인을 비하했다는 얘기죠.
이어 "오랫동안 유일한 여성 캐릭터로 등장하는 스머페트는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이라고 말합니다. 금발, 하이힐,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스커트 같은 것들이 '아리안 여성'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린다는 겁니다. 원래 가가멜이 스머페트를 만들었을 때는 흑발이었지만 파파 스머프가 금발로 바꿔놓죠.
그의 주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가가멜이 기르는 고양이 이름은 아즈라엘. 네, 유대 국가 이스라엘을 연상시킵니다. 부에노는 "유대인들이 자본을 장악하고 세계를 정복하려 한다"던 나치 주장이 가가멜과 이즈라엘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
스머프 원작자인 피에르 클리포드 씨의 아들 티에리 씨는 "부에노 씨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해석은 진지함이 없어 너무 그로테스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산주의 해석'에 대해서도 비슷한 견해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정말 스머프는 공산주의나 전체주의 이상을 어린이들에게 주입하려 했던 걸까요? 아니면 정말 인기가 좋다보니 특이한 해석들도 넘쳐나게 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