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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2년 9월

1752년 달력을 보면 (물론 실제로는 볼 일이 없으시겠지만) 9월 2일 다음날이 3일이 아니라 14일이다 왜 그런 걸까.

사실 서유럽인들이 달력을 고치는 데 꾸물거렸다는 것보다 어쨌든 해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 앨프리드 W. 크로스비 '수량화 혁명'


현대 서구 문화는 엄밀한 과학적 원리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18세기에 '혁명의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수학과 거리가 멀었다. 달력도 그랬다. 교황 그레고리 13세는 1582년까지 서구 사회 표준이던 율리우스력을 지금 우리가 쓰는 그레고리력으로 바꿨다. 해마다 부활절 날짜가 너무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긴 하다.) 영국은 계속 율리우스력을 고집하다가 1752년에야 바꿨다.

달력 체계를 바꾸면 날짜를 맞춰야 하는 필요가 생긴다. 그래서 영국왕 조지 2세는 과학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렇게 2일 다음을 14일로 정해 날짜를 줄인 것이다. 대신 모든 샐러리맨들에게는 한 달치 월급을 온전하게 지급하라고 명했다. 여기 뿌리를 두고 있는 제도가 바로 '월차'다.

달력으로 달라진 건 또 있다. 이 전까지 영국 사람들은 4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삼았었다. (우리는 달 이름을 숫자로 쓰지만 그들은 April이라고 쓰기에 이상한 것만은 아니다.)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정하는 법과 무관하게 사람들은 계속 이날을 새해 첫날로 기념했다. (우리만 이중과세 문제로 애를 먹은 게 아니라는 얘기.) 그러자 조지 2세는 "4월 1일은 바보들에게나 새해 첫 날"이라고 선언했다. 만우절(april fools' day)은 그렇게 우리 곁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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