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는 기본적으로 공동구매라고 믿는다. 그런데 사실 내게는 당장 복지라는 게 별로 필요가 없다. 대신 언젠가 내게 필요할 때를 대비해 (세대간) 부조 형태로 '인프라'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투자'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그러려면 일단 나부터 지갑을 여는 게 가장 확실하게 내 권리를 얻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세금 정말 아깝다.
• 자, 일단
근로소득자 36.1%는 근로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유리지갑 타령도 이해 못하지 않지만 13월 월급 다들 받아 보지 않으셨는가.) 실제로 월급쟁이 대부분은 자기 소득에서 십일조(10%)도 되지 않는 돈을 세금으로 낸다. 그러면서 2010년 기준으로 16.6%인
법인세 명목 세율이 적다고 지적한다.
• 법인세 실제부담은 명목세율*과세기반으로 계산하는데, 명목세율은 경제규모가 클수록 커지게 돼 있다. 따라서
국제비교용으로 실제 법인세수를 측정할 때는 보통 국내총생산(GDP)에서 법인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 계산한다. 그러면 한국은 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5위다. 한국보다 명목 세율이 높은 일본(3.2%)이나 미국(2.7%)보다 높은 숫자다.
• 이것과 별개로 한국은 법인세 부담이 적다는 판단에 따라
'사내 유보금'에 과세를 하기로 했다. 그럼 사내 유보금은 기업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쌓아둔 돈일까? 아니다. "사내유보금은 당기 이익금 중에서 세금, 배당금, 상여금 등으로 사외로 유출된 금액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이다. 즉 '기업에서 번 돈 중 주주에게 배당하고 남은 돈'이 사내유보금이다. 고로 기업에서 공장, 기계설비, 토지 등에 투자를 하면 할수록 사내유보금도 늘어난다.
• 그래도
사내유보금 중 15%는 정말 금고(은행)에 쌓아둔 돈이다. 그러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사내 유보금을 줄일 수 있을까? 배당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기업 지분(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부자일까 서민일까. 아니면 보너스 더 주면 된다. 이렇게 보너스 더 받을 수 있는 회사에 다니는 이는 그렇지 않은 친구보다 평소에 월급이 많을까 적을까. 부자들 배를 불려주면 법인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비상금'이 떨어진 기업이 앞으로도 계속 이익을 낼 수 있느냐 아니냐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 게다가 법인세라는 건 그 회사 주인이 아니라 법인이 내는 거다. 삼성이 내는 법인세는 이건희가 아니라 삼성 그룹에서 낸다는 얘기. 당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세금을 많이 낼수록 당신 월급이 오를 확률도 줄어든다.
• 자, 다시 공동 구매 얘기다. 이것도 구매 행위니까, 합리적인 소비라자면 내 돈을 적게 들이고 복지는 크게 누리는 방향을 선택하는 게 맞을 터다. 어차피 복지 구매 가격이 변하지 않는다면, 내가 적게 내는 동안 남이 많이 내야 그 효과를 누릴 수가 있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쉽게 친구들 모인 술자리를 생각해 보자. 잘 나가는 친구 기분 맞춰주고 그 친구가 전부 카드를 긁게 하는 게 내가 돈을 가장 적게 낼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그 친구는 기분이 나쁠까? 기왕 폼을 재려면 그 정도는 써야 한다는 걸 그 친구도 알고 있지 않을까?
• 아예 모임 회장을 맡기면 어떨까. 감투라고 불러도 좋고, 완장이라도 불러도 좋을 그걸 선물하자는 거다. 아예 "네가 너무 많이 내는 거 같아서 우리가 조금씩 모았다. 보태라."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이 쪽이 입 싹 씻고 헤어지는 것보다는 그 회장 카드를 계속 써먹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까 쓴 글에서 비유를 따오자면 그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지키는 길이 아니던가. 게다가 이렇게 모으면 사실 제법 큰 돈이 된다. 그 돈 모아서 야유회도 가고, 연말 모임 때 마누라 가져다 줄 선물도 하나씩 싸고 그러자는 뜻이다.
• 그래야, 정말 돈이 없는 친구한테도 '진짜 괜찮다. 우리는 네 얼굴 보는 것만으로 좋다. 나중에 사정 좋아지면 크게 쏘라'며 모임에 나오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어렵다는 이야기 들어 조금씩 모았다"며 돈도 좀 쥐어줄 수 있고 말이다. 회장에게 "너 돈 잘 버니까 걔 좀 도와줘"라는 말보다 이 쪽이 훨씬 효과가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