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총명불여둔필
assignment Currents

OECD 평균이라는 환상(myth) 그리고 헬조선

access_time 2017.11.20 08:22


Q1. 위 그래프에서 x축은 순위, y축은 성적(점수)을 나타냅니다. A, B 나라 중 더 잘한 나라를 고르면?

A. 이런 문제가 흔히 그런 것처럼 정답은 '동점'입니다. 이 그래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이 여름·겨울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 숫자를 점수(=금메달×3 + 은메달×2 + 동메달)로 바꿔 그린 것. 


Q2. 그러면 656점으로 18위인 이 나라는 어디일까요?

A. 네, 또 한번 이런 문제가 흔히 그런 것처럼 정답은 '한국'입니다.  


Q3. 마지막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은 둘 중 어느 쪽 그림에 더 가까울까요?

A. 물론 동점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같습니다만, 굳이 따지자면 오른쪽에 더 가깝습니다. 


한국은 여름 올림픽 4개 대회 연속 톱 10 안에 이름을 올린 나라.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참가국은 총 207개국. 한국은 이 중 종합 8위를 차지했으니 상위 4% 안에 속합니다. 


만약 왼쪽 그림처럼 굳이 이 점수가 가장 높은 31개국을 골라 그래프를 그리면 18위인 한국은 평균(15위) 밑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일부러 이렇게 순위를 정한 다음에 '한국 스포츠 올림픽 성적은 평균 이하'라고 주장한다면 과연 동의할 분이 얼마나 계실까요?


그런데 스포츠를 제외하면 이런 비교가 제법 잘 먹힙니다. 한국 사람들은 걸핏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하고 비교하니까요. 한번 같은 기준으로 그래프를 그려볼까요?


 

위에서 올림픽 메달 점수를 통해 보신 것처럼 세상 많은 일은 이런 곡선을 따라 좋아지거나 나빠집니다. 학창 시절 수학 시간에 괜히 로그 함수를 배우는 게 아닌 겁니다. 왼쪽 그래프는 OECD 평균(15위)을 나타낸 거고(현재 OECD 회원국 숫자는 35개국이지만 많은 데이터가 31개국 기준입니다.), 오른쪽 그래프는 같은 순위를 유엔 회원국 숫자에 맞춰 그린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OECD 평균이 절대 나쁜 숫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OECD는 기본적으로 '선진국 클럽'입니다. 1948년 17개 나라(지역)가 모여 OECD를 만들었고 △1955년 독일(당시 서독) △1959년 스페인 △1961년 미국, 캐나다가 가입하면서 OECD 회원국 숫자는 20개국이 됐습니다. (그 사이 이탈리아와 유고슬라비아 사이에 있던 '트리에스테 자유 지구'가 소멸하며 회원국에서 빠졌습니다.) 그러니까 56년 전에 OECD에 가입한 나라만 따져도 평균(15위)은 넘어섭니다. 



한국이 OECD에 가입한 건 회원국이 20개국으로 늘어나고도 35년 지난 1996년이었습니다. 한국은 29번째 OECD 회원국입니다. OECD 회원국 위치를 세계지도에 표시한 위 그래픽에서 한국보다 OECD에 늦게 가입한 나라는 6개국밖에 없습니다. 


좀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가난했던 청년이 새로 가게 문을 열었는데 장사 좀 된다는 얘기에 원래 유지들 모임에 끼워준 모양새입니다. 이 청년이 당장 돈은 만질지 몰라도 '전반적인 생활 문화 수준'에서 몇 대에 걸친 부자들을 곧바로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이럴 때는 한국이 OECD (좋은 쪽으로) 평균 이상을 기록한 게 있을 때 '애썼다'고 하는 게 옳은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OECD 평균보다 못하다고 '헬조선' 타령을 할 게 아니라 말입니다.


현실은 딱 반대. 한국은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0.295)가 OECD 회원국 가운데 14번째로 낮은데도 = OECD 평균보다 평등한데도 무려 청와대에서 "한국은 양극화가 재난 수준"이라는 진단을 내놓는 나라입니다. 


인구 숫자까지 따져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x축은 인구, y축은 지니계수를 나타냅니다. 이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는 건 1)인구가 많을수록 지니계수가 높아지는 = 불평등해지는 경향이 있고, 2)한국보다 인구가 많은 나라 중에서 한국보다 지니계수가 낮은 건 = 평등한 건 프랑스(0.294)와 독일(0.292)뿐이라는 점입니다. 



한국 양극화가 재난 수준이면 재난이 아닌 나라는 프랑스와 독일뿐입니다. 그리고 한번 더 말씀드리지만 이 숫자는 OECD 안에서만 따진 겁니다. 진짜 재난 수준인 나라는 이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것부터가 어려운 일입니다. 많고 많은 지표 중에 하필 이걸 고른 건 한국 속담에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고 했기 때문.


지난 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이 더 좋은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한국은 절대 천국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지금 살고 있는 땅을 지옥으로 만들지는 맙시다.

댓글, 4

  • 댓글 수정/삭제
    2017.11.20 14:53

    비밀댓글입니다

    •  수정/삭제 BlogIcon kini
      2017.12.30 11:19 신고

      블로그에 잘 안 들어오다 보니 이제야 봤습니다.
      이건 제가 도움 드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 댓글 수정/삭제 게토
    2018.05.01 23:33 신고

    한국의 지니계수 빈부격차는 그들이 찬양하는 선진국가 미국, 일본 보다도 낮고
    심지어 서유럽 보다도 낮거다 동일한 수치를 보이는데

    그들이 보기에 이런 지표는
    혁명과 계급투쟁 의식을 주입하며 부추기기에 입맛이 맞지않는 겁니다.

    그 좋아하는 OECD 지표를 들먹이며 불만을 표출시켜야 하는데
    정작 다른 선진국가들 조차 한국보다도 못한 상황이니

    장미빛 천국이여야만 하는 외국과 대조하며
    암울한 현실을 나열해 '헬조선'을 역설해야만 하는
    그들의 입장으로서는 아니꼬울 수 밖에 없는 셈이지요

    그러니 이런 지표를 암묵해서 무시하거나
    혹은 못믿겠는다 부정하며
    이 헬조선류 투쟁에 합류할 입맛에 맞는 지표를 만들어라 떠들고 있지요

    저도 그분들의 심술불통과 꼰대의식에 완전히 질려있던 참이었습니다.
    이런 객관적인 사실과 지표가 널리 알려져야 할텐데 말이죠.

    •  수정/삭제 BlogIcon kini
      2018.05.03 10:09 신고

      맞습니다.

      좋으면 좋은 대로, 또 나쁘만 나쁜 대로, 그대로 현재를 보는 게 중요한데 우리는 프레임에 현실을 끼워맞추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account_circle
vpn_key
web

security

mode_edit
Currents | 카테고리 다른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