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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스타디아, '똥컴'에 희망될까


구글은 스트리밍 게임 트렌드를 바꿀 수 있을까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회의(GDC) 2019'에서 "그동안 (게임에서) 아름다운 그래픽을 구현하려면 고사양 개인 컴퓨터(PC)가 필요하다는 진입 장벽이 존재했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게임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고 '스타디아(Stadia)'를 소개했습니다.


'스트리밍(streaming) 게임 서비스' 또는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는 문자 그대로 클라우드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게임을 사용자가 자기 컴퓨터(또는 스마트폰, 태블릿PC) 화면 앞에서 조작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따라서 사용자는 자기 컴퓨터에 게임을 내려받거나 설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유튜브 동영상 보듯 게임을 틀고 플레이를 시작하면 그만입니다. 물론 기기를 바꿔서 유튜브 영상을 이어 보듯이 게임도 기기를 옮겨서 플레이하는 게 가능합니다.



이런 방식은 하드웨어 사양도 적게 탑니다. 저사양 PC(a.k.a 똥컴) 사용자도 자기 컴퓨터에서 고사양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되는 것. 이론적으로 구글 크롬 브라우저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플레이할 수 있는 컴퓨터가 초당 25메가비트(Mbs) 대역폭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면 스태디아 사용자는 4K 해상도에서 초당 60프레임(fps)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구글에서 25Mbps를 기준으로 설명한 건 미국 평균 인터넷 속도가 그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난해 발표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공공 와이파이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354Mbps입니다.




이런 개념 자체를 이번에 구글에서 처음 내놓은 건 아닙니다. 그래픽 처리 장치(GPU) 제작 업체 '엔비디아(Nvidia)'는 2013년 '지포스 그리드(Geforce Grid)'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로서 게임(GaaS·Gaming as a Service)'이라는 개념을 선보였고, 2015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Geforce Now)'를 런칭했습니다.


가정용 게임기(콘솔) 제작사 양대 산맥인 소니(플레이스테이션·PS)와 마이크로소프트(에스박스·Xbox)도 이미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에 발을 들여 놓은 상태. 소니는 2014년부터 이미 '플레이스테이션 나우(PlayStation Now)'를 통해 PS 2~4용 게임 750개 이상을 제공 중이고,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게임을 PC, 콘솔, 모바일 기기에서 구동할 수 있는 '엑스클라우드(xCloud)' 서비스 런칭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 정도면 음악과 동영상이 그런 길을 걸어온 것처럼 게임도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가 된다는 건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이 서비스 미래가 장밋빛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지포스 나우는 여전히 '베타 서비스' 상태.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서 '입력 지연(input lag)'이 제일 큰 문제입니다. 입력 지연은 문자 그대로 사용자가 마우스 키보드 컨트롤러를 입력했을 때 그 결과가 화면에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문제를 가리킵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 시간이 필요한 스트리밍 게임에서는 이 속도가 더욱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나우는 PS4보다 60~80밀리초(1000분의 1초) 정도 반응 시간이 늦습니다. 격투 게임이나 1인칭 슈팅 게임(FPS)에서는 게이머 생사를 결정할 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정도 지연 시간도 720p 해상도(1280×720)로 화면 품질을 떨어뜨려 얻은 결과라는 점입니다. PS4는 1080p 해상도(1920×1080)까지 지원합니다.


이에 대해 구글은 전 세계에 자리잡은 데이터 센터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필 해리신 구글 부사장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구글은 지난 20년간 데이터 센터와 네트워킹 능력을 통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순식간에 사용자 앞에 가져다 놓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면서 "이제 이 능력을 발판으로 비디오 게임에 접근하고 즐기는 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건 구글이 엔디비아나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하드웨어 제작 업체가 아니라 인터넷 기업이라 가능한 일. 게다가 구글은 이미 유튜브가 있습니다. 유튜브 동영상을 사용자가 조작할 수 있도록 하면 그게 바로 게임입니다. 중간에 입력 신호 처리만 빨리 하면 되는 것. 그런 점에서 스타디아는 앞서 나온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와 다를 확률이 높습니다.




구글이 이날 공개한 전용 컨트롤러(사진)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컨트롤러는 와이파이로 데이터 센터와 직접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입력 지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건 물론 게이밍 데이터도 수집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이미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페인트칠 놀이'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수집하는 데 도가 튼 기업. 사용자는 원래 하던 대로 게임을 하는 동안 구글은 열심히 사용자 게이밍 패턴을 수집하는 겁니다. 이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스타디아는 사용자 입력 신호를 전부 받아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인공지능(AI)이 다음 플레이를 예상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단, 컨트롤러가 제 아무리 똑똑해도 즐길 게임이 없으면 게임 서비스는 망하게 마련. 일단 시연에는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와 '둠 이터널'을 썼습니다. 구글은 "게임 스튜디오 100곳 이상에 스타디아 개발 도구를 보급했으며, 현재 개발자와 엔지니어 1000명 이상이 스타디아에서 서비스할 게임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은 발표 장소가 장소인 만큼 구체적인 서비스 계획에 대해서는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정보는 다음달 열리는 구글 개발자회의(I/O)에서 공개할 확률이 높습니다. 구글은 올해 I/O 때 처음으로 게임을 별도 트랙으로 편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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