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블릿 연관글 링크를 따라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남자가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에 관한 포스트를 남긴다. 이미 세월이 흘러 빛이 바랬지만, 그의 포스트에는 아름답고 서글펐던 추억과 여전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미 바뀐 전화 번호, 그리고 폐쇄된 싸이 미니 홈피.
남자는 다만 태그에 둘이 함께 했던 추억의 키워드를 쳐 넣고, 지역 태그에 함께 자주 가던 카페의 이름을 입력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물론 이 포스트는 많은 이들의 블로그에 연관글이라는 제목으로 링크가 된다.
그리고 다음 상황은 여러분들이 상상하시는 대로다. 그 여자의 블로그에도 유사한 내용의 포스트가 있었고 서로의 포스트에 연관글이 링크된 둘이 다시 만난다는 그런 내용. 충분히 예측가능한 플롯의 로맨틱 코미디.
말하자면 갑자기 <데니스는 통화중>的인 상상력이 발동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데니스는 통화중>을 봤을 때 나는 m과 연애중이었다. 다소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내가 어느 영화를 언제 봤느냐를 기억하는 방식은 누구와 봤느냐를 되새겨 보는 일이다. 이 영화의 경우 m, 그럼 자연스레 '99년에서 '00년 사이에 이 영화를 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건 꽤 나쁘지 않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 나는 인간의 소통에 관한 소설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데니스는 통화중>은 퍽 신선한 느낌으로 내게 찾아왔다. 사실 이미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걸 알고 소설 쓰기를 중단할 정도였다. 기본적으로는 같은 주제와 내용을 다루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이 무렵만 해도 <데니스는 통화중> 같은 사태는 그리 자주 벌어지지 않았다. 갓 대학생이 됐다는 설렘은 고향을 떠나 고교를 다닌 내게 서울로 진학한 고향 친구들을 만날 기회를 제공했다. 고교 친구들과는 마음 놓고 술을 마시게 됐다는 사실에 들떠 곧잘 어울리며 토할 때가지 술을 마셨고, 대학 친구들은 늘 곁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각자 자신의 생활이라는 것이 있으니 확실히 <데니스는 통화중>이 된 것 같다. 아예 소식을 모르고 살면 오히려 그리움이 커질지 모르는 일. 하지만 문자 메시지로 안부 정도는 전하고 사니까 소식이 덜 궁금해진다. 최소한 살아 있다는 정도는 확실히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문자 메시지 정도면 양반이다. 메신저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 같다. 그러니까 그가 로그인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생활에 열심히구나, 하고 확인할 수 있게 되니 말을 붙일 일조차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람 사이에 다리가 되어야 할 메신저가 오히려 스스로를 섬에 가두는 꼴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서로 '먼저 안부쯤 물어줘야 하는 거 아냐?'하고 말하는 일이 곧잘 있지만, 사실 그건 한쪽이 다른 쪽에 어떤 용건이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메신저의 특성상 끝맺음이라는 게 언제인지도 불분명하다. 물론 이게 요즘 철저한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지키는 내게만 해당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사실 요즘 옛 친구들이 퍽 그립다는 얘기다. 그래서 늘 Myon양과 함께 떠들썩한 자리를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역시나 바쁜 생활인들에게는 호사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둘이라도 한번 보자고 말하지만, 그게 실천으로 옮겨졌다면 이 글이 씌어질 이유 따위 없었을 것이다.
글쎄 옛 친구들 가운데 누군가 블로고스피어에서 살고 있을지 몰라서 한번 태그에 내 이름과 ID, 그리고 출신 학교들을 넣어본다. 옛 애인과의 추억은 아니지만, 혹시 또 모르는 일 아닌가? 어쩌면 이게 또 다른 '섬'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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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전혀 엉뚱한 '연관글'만 걸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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