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일은 비가 않오길 바랍니다.
오늘 낮에 한 야구 사이트에서 이런 댓글을 읽었다.
내일은 비가 않오길 바랍니다.
이 코멘트에 넘버링까지 계속해서 달렸다. 물론 세 경기나 우천 취소됐으니 비가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누군가 한 명 쯤 '내일은 비가 안 오길 바랍니다.' 이렇게 고쳐주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하긴 그 사이트에는 이런 닉네임을 가진 유저도 있다.
아직않끝났다.
#2 그때도 너 않 사랑했어.
Y와 헤어지고 나서 고등학교 때 잠깐(이라고 쓰고 반 년이라고 읽는다) 사귄 O를 만난 일이 있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가 불현듯 이 녀석은 늘 '안'과 '않'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물었다. "요즘도 ㄶ이랑 ㄴ이랑 구분 못하니?" 대답은 여기 굳이 적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니까 헤어진 지 몇 년만에 만나서도 사귈 때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매력이 없는 여자 아이에게는 별로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녀의 육체는 여전히 매력적이었지만.
그런데 왜 모두들 '안'이라고 쓰기를 꺼리는 것일까?
#3 '않다'는 안타다.
부정을 나타내는 '안'과 '않'의 구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실 '않다'에만 '않'을 쓰고 나머지 경우에는 거의 예외없이 '안'을 쓰면 된다. 간단히 한번 알아 보자.
그러면 ①안/②않 돼!
'않다'가 아니면 '안'이니까 정답은 ①이다. 그러면 안 돼!
하나 더.
그렇지 ①안/②않아.
물론 이 둘 다 말이 되기는 한다. ①로 쓰면 '맞아, 어떤 대상을 hug해!'이런 뜻이 되고, ②로 쓰면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뜻이 된다.
우리는 부정을 다루고 있으니 정답은 ②번이다. 그렇지 않아.
#4 '않'은 말이 안 된다.
이래도 모르겠다면 '안'이나 '않'을 빼보자.
그러면 돼!
이건 말이 된다. 말이 되는 건 '안'이다.
그렇지 아.
이건 무슨 소리? 그렇다. '않'을 빼면 말이 안 된다.
#5 띄어쓰기는 붙여 쓰고, 붙여 쓰기는 띄어 쓴다.
요즘엔 예전만큼 맞춤법에 집착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거슬리는 건 거슬린다. 물론 '않되'라고 써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고 느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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