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세상에 태어난 지 10,000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게 특별한 날이라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니라면 아닐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도달했다'는 느낌이 굉장히 강렬하게 듭니다. 사실 오늘이 내가 태어난 지 10,000일째 되는 날이야 하고 그 날을 기억하시는 분이 얼마나 될지 잘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한번 저 자신에게 물어봤습니다. "너는 얼마나 스스로에게 안 쪽팔리게 살았냐?" 사실 최근에는 많이 쪽팔립니다. 늘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어떤 것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이고, 가고자 하는 방향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오늘은 모 회사 입사 시험을 치르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는 분은 아시는 이유가 제 "발목"을 잡고 말았습니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발목을 잡았다는 것, 아시는 분들은 아실 줄 압니다.) 어찌됐든 '좋은 기회'를 날렸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 역시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인데도 안 갔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일어나 천천히 걸어보니, 사실 아예 못 걸을 정도는 아닙니다. (물론 아침에는 도저히 못 걸을 정도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도 왜 나는 너무도 쉽게 "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야 말았을까요?
어쩌면 확실히 아직은 철이 없나 봅니다. 그래서 이 나이를 먹도록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하기 싫다는 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작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것을 할 용기가 없고, 그것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면의 목소리와 싸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할 수 있는 일과 잘 해야 하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 사이의 순진무구한 말 다툼 같은 것 말입니다.
사람 일은 내일을 장담할 수 없지만, 앞으로 10,000일을 더 살 확률이 그렇지 못할 확률보다는 높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저 자신에게 묻습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그리고 오랜만에 다짐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한테 쪽팔리게 살지 말자고."
확실히 최근 몇 달 동안, 남들에게 "쪽팔리지" 않기 위해 저 자신에게 "쪽팔린" 삶을 살았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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