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이렇게 적었다.
(언제나 그렇듯 말뿐이겠지만) 외로울 때 불러달라니. ㅋ
글을 읽다보니 우리들 꽤 징글맞게도 오래 봐왔더군.
그해 겨울, 먼지가 폴폴 날아다니는 3동 1층 과방에서
덩치 큰 녀석이 애매한 표정을 짓고 앉아있는 걸 본 이래
벌써 9년째인가. (헉;)
결국 가지도 않은 군대 간다고 나한테 술 뜯고,
듣기 싫어하는 거 알면서 만날 때마다 L씨 이야기 나한테 반복하고,
결국은 내 입에서 절연하겠다고, 다시는 안 본다는 소리가
두 번이나 나오게 해놓고선
다시 또 매일 밤마다 엄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는 거보면
세상에 어쩔 수 없는 인연이라는 건 존재하는 듯.
하지만 네 덕에 m양과 성호를 알게 되었고,
로모를 알게 되었고,
온갖 어둠의 세계에 대해 알게 되었고,
내가 마초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지.
징한 녀석.
어쨌건 지금은 고마워하고 있어.
네가 바쁘지 않은 백수라서 다행이랄까;
마흔 살되면 제대로 함 보자구. -_-/~
(스누피는 언제?)
안타깝게도 나는 손주희를 처음 만난 때를 기억하지 못한다.
지금에서야 문득 생각이 난 거지만
정말 동기 여자 아이들이 다 똑같이 생겼다고 느꼈다.
여튼 그렇게 전혀 특별할 게 없었던 손주희라는 이름은
녀석이 밝힌 대로 무려 9년간 내 주위를 따라다녔다.
내가 늘 무서워하는 녀석이랑 이렇게 오래 친구로 지냈다는 점에서
스스로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ㅡㅡ;
그렇다. Jui는 무섭다.
이제 많이 기가 죽었지만(?) 그 떽떽댐은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
당연히 녀석의 말을 따라야 할 것처럼 만드는 놀라운 위력
물론 떽떽댐이 실력 행사로 이어진 데에는 그녀의 클래시컬한 미모가 한 몫했지만…
하지만 역시나 늘 무서워하는 녀석이랑 꾸준히 잘 지내기는 어려운 법이다.
녀석은 두 번이라고 기억하지만, 나는 한 번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절연 선언.
어찌됐든 결국 나는 Jui님께 용서를 받았고
줄곧 '유사약혼자'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 오고 있다.
Jui님 덕분에 나는
력남씨와 박민수 씨를 알았고
진상의 똘끼를 발견했으며
나보다 책을 빨리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
무엇보다 내가 L군의 前여친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ㅡㅡ;
어찌됐든 키스 해줄까? 하던 질문은 유효한 거냐? -_-;
문득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쿨럭 ㅡ,.ㅡ
(진상이 이 글을 볼 리도 없는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