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니고 있는 공장 입사 시험 논술 문제 주제가 교육이었다. 쉬는 시간에 남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특목고, 입시제도 처럼 주로 교육 정책에 대해 쓴 분위기. 나는 그저 '읽고 쓰는 법을 잘 가르쳐야 한다'고 썼다.
지금도 이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의 기본은 남의 글을 자기 방식대로 잘 해석하고 또 자기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탕은 역시 (학창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다독, 다작, 다상량.
이 책을 읽으면서 핀란드 교육이 마음에 들었던 게 바로 이 부분이었다. 수학 시간에 공학용 계산기를 써서 문제를 풀어도 되지만, 동시에 수학 에세이도 써내야 한다는 것. 수학뿐만 아니라 예체능 과목에도 에세이는 필수다.
그냥 생각만 하는 것과 글을 쓰는 건 분명히 다르다. 글을 쓰려면 또 많이 읽어야 한다. 핀란드에서는 시험을 보기 전에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다.' 시험을 볼 때도 시간 제한 없이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쓰면 된다.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구분된다. 우리처럼 시험 문제만 풀면 '몰라도 아는 것'이 되는 것과 전혀 다른 구조. 유급이 자연스러운 핀란드식 교육 문화도 여기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모르면 알 때까지 배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 말이다.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을 수 있는 것도 매력. 우리는 도대체 왜 배우는지 모르는 과목을 너무 많이 배운다. 이 때문에 역설적으로 '많이 읽기'도 못한다.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하기"도 벅차니 말이다. 확실히 '호기심 유발'이라는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핀란드식 교육은 한 마디로 "호기심을 갖고 한 주제에 대해 자기가 알 때까지 공부해서 글을 쓴다." 이것보다 더 좋은 공부법이 있을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 잘하는 것이 다르다는 차이도 발견할 수 있을 테고 말이다.
우리도 논술이라는 엄연한 쓰기 교육이 진행중이지만 사실 글쓰기 '테크닉'을 알려주는 경향이 짙다. 거의 무조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정답인 것처럼 강조하는 것도 문제. 꼬투리를 잡아 비판하는 것보다 '진심으로' 칭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한마디로 핀란드 교육은 학생에게 생각하고, 생각한 것을 정리할 시간을 준다. 꼭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대신 '알 때까지 하면 된다'고 격려한다. 학생들은 배우고 싶은 것을 학교에서 배우면서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한다. 자기 인생 풍요롭게 만들 수 있도롣 도와준 나라가 고마워 군대에 간다.
우리교육은 학생에게 핵심 개념만 외우면 된다고 말한다. 한번 실패하면 끝이라며 끊임없이 긴장을 요구한다. 학부모는 아이를 닦달해 적어도 대기업 직원으로 만든다. 학생도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른 채 나이를 먹는다. 나라가 청춘을 빼앗아 간다고 원망하며 군대로 끌려 간다.
실패할 수 있는 권리, 어쩌면 이 차이가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 (PISA) 결과에 큰 차이가 없는 우리와 핀란드 교육이 전혀 다른 이유다.
한 줄 요약 : 아이를 낳는다면, 꼭 저런 환경에서 키우고 싶다.
※교육팀 기자로 산다는 건 제목만 보고도 쳐다보지 않았을 책도 읽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지쓰카와 마유(実川真由) 양이 내 타입이라 읽은 게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