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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겆이(X) 설거지(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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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고 난 뒤 그릇을 씻어 정리하는 일"은 설겆이가 아니라 설거지가 맞습니다.

그렇다고 여태 '설겆이'라고 썼다고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1988년 표준어가 바뀌기 전까지는 '설겆이'가 맞았'읍'니다. 한글학회 우리말 큰사전에도 '설겆이'가 맞다고 나옵니다.


한 번 더 안심시켜 드리면 구글 검색창에 설거지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설겆이'가 같이 뜹니다. 그만큼 많은 분이 헷갈려한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꼭 기억해 두세요. 표준어는 '설거지'입니다.



# 과도교정

맞춤법은 어떤 이들이 많이 틀릴까요?

초등학교에 때 받아쓰기를 잘 못하면 "공부를 못 한다"는 말을 듣기 쉽습니다. 하지만 공부깨나 했다는 분들 가운데서도 맞춤법이라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분도 많습니다.

사실 학력이 높을수록 맞춤법을 자주 틀리는 낱말이 따로 있습니다. 설거지가 그 대표적인 낱말입니다.

설거지라고 쓰면 어쩐지 한글을 잘 모르는 할머니가 쓴 표현 같으니까요. '이'를 '구지'라고 쓰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현상을 '과도교정(overcorrection)'이라고 부릅니다. 고치지 않아도 되는데 고쳐야 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는 거죠. 이건 퍽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 딤채 → 김치

지금은 김치 냉장고 브랜드로 유명한 딤채는 '김치' 옛말입니다. 이 말이 어떻게 김치로 변했을까요?

초등학교 때부터 국어시간에 지겹게 배운 '구개음화' 현상 때문입니다.

'ㄷ'이 'ㅣ'를 만나면 'ㅈ'이 된다고 배우셨을 텐데요, '해돋이'가 /해도지/로, 굳이가 /구지/로 소리나는 게 바로 구개음화입니다.

구개음화에 충실하면 딤채는 /짐채/로 발음 나는 게 정상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딤채를 /짐채/라고 소리냈을 겁니다.

그런데 사투리에 따라 'ㄱ+ㅣ=ㅈ'이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유식한 말로는 'ㄱ구개음화'라고 하는데요, '엿기름'이 '엿지름'으로 소리내는 분 못 보셨나요? 저희 외할머니가 그렇게 소리내십니다.

어느 지식인이 이 소리를 듣고 "아 '김채'를 '짐채'로 소리내는구나"하고 생각한 겁니다. 그래서 "김채"라고 적었죠. 이 표현이 굳어져서 김치가 됐습니다. ('채'가 '치'로 바뀐 건 아래 아 소리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먹을거리 김치가 '과도교정' 결과였던 셈입니다.

그러니 언젠가 '설거지'도 다시 '설겆이'로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설거지가 맞습니다.



# 그밖에…  

굳이 과도교정 때문이 아니더라도 발음이 비슷해 헷갈리는 낱말이 있습니다.

재털이가 맞을까요? 재떨이가 맞을까요?

곱배기랑 곱빼기는요?

찌게하고 찌개는 어떨까요?

벼개랑 베개는요?

틀리기 쉽상이다? 십상이다?

무릎쓰고? 무릅써서?

귓볼? 귓불?

귀 밑으로 난 수염은 구렛나루? 구레나룻?

핼쓱하다? 핼쑥하다?

수염은 금새 자랄까요? 금세 자랄까요?

밑쪽의 반대말은 윗쪽? 위쪽?

겸연적다? 겸연쩍다?

날씨가 후덥지근? 후텁지근?

눈쌀? 눈살?

닥달하다? 닦달하다?

뒷굼치? 뒤꿈치?

딱다구리? 딱따구리?

짜집기? 짜깁기?

하마트면? 하마터면?

얽히고섥히다? 얽히고설키다?

뒤치닥거리? 뒤치다꺼리?

허접쓰레기? 허섭스레기?

도매급? 도매금?

모두 뒷쪽 뒤쪽 말이 맞습니다.

맞춤법 참 어렵죠? -_-)a

+
지난 주 목요일에 트위터에서 맞춤법 이야기를 하고 놀아서 그런지 @Okgosu님이 잠자리에 들기 전 남기신 마지막 말씀이 영  신경이 쓰여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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