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 스카이나 에릭손 등의 지주회사인 발렌베리 그룹은 유럽 대표 재벌 기업. 이 회사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가 넘는다. 5대에 걸쳐 157년 동안 부(富)를 상속했고, 의결권을 행사할 때 대주주의 주식 1주는 일반 주식 10주와 같은 효과를 낸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당연히 나치에 협력했다.
우리 대기업하고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이 회사에는 '도덕의 아이콘'이 있다. 라울 발렌바리가 바로 그 아이콘. 그는 가문이 나치에 협력한 대가로 얻어낸 스웨덴의 중립국 지위를 적극 활용했다. 헝가리 '전권대사' 자격으로 유대인들에게 스웨덴 여권을 발급했고, 약 10만 명을 홀로코스트에서 구해냈다. 의도했던 건 아니겟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 살아 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나치에 협력해야 했다는 명분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1945년 1월 17일 '해방군'을 자처하던 소련군을 맞으러 간 뒤로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에서 가장 존경받는 부자 가문으로 남아 있다. 감히 누가 그의 희생을 욕 보일 수 있었겠는가. 1989년 오늘자 동아일보는 소련 붕괴 와중에 그의 실종 사건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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