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헌법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악랄한 '독재 헌법'으로 손꼽힌다. 박정희 정권은 이 헌법을 총칼을 앞세워 밀어붙였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이 헌법은 엄연히 국민투표를 거쳤다. 유권자 중 91.9%가 투표에 참여했고, 투표자 중 91.5%가 찬성했다. 엄연히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쳐 대한민국 국민들은 '독재'를 선택한 것이다.
역사에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나폴레옹이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프랑스 황제에 오른 것도 국민 투표 결과였고, 히틀러나 무솔리니 역시 국민투표를 거쳤다. 그러나 현재 이들이 민주주의의 수호자였다고 말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사회학 용어에 '대중 독재'라는 모순적인 개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말씀.
41년 전 오늘자 동아일보 사설 "국민투표는 결코 만능이 아니다" 역시 이를 지적했다. 박정희 정권이 국민투표로 헌법을 고치려 들자 이를 문제 삼았던 것. (이 사설 때문에 논설위원과 주필이 모두 구속됐다.) 이 국민투표 뒤 한국 근현대사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대한민국 주인의 국민이므로 국민은 언제든지 마음대로" 나라살림을 좌우해도 된다는 믿음이 결국 그 역사를 만든 것. 그러니 동지들이여, 촛불을 만능이라고 믿기 전에, 그 촛불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한 번만 더 고민해 보면 안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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