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고 외곽에 사는 샬로테 하이돈 할머니(91·사진)는 인터넷에서 특이한 물건을 팝니다. 이 할머니가 이 물건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지는 2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 물건을 수상히 여긴 미 연방수사국(FBI)이 집이 쳐들어 오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뭘 팔기에 그런 걸까요?
할머니가 파는 건 '자살 키트'. 인기도 퍽 좋다고 합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1주일에 50건 정도 주문이 들어온답니다. 주문자는 젊은 사람부터 나이 든 어르신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우울증부터 불치병까지 이유도 다양하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자살하는 사람들은 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목을 맨다. 모두 고통스런 방법"이라며 "내가 파는 키트는 평화롭게 영원히 잠들도록 도와준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60달러(6만4500원)를 보내면 할머니는 나비 무늬로 된 상자를 보냅니다. 상자 안에는 비닐봉지와 헬륨 가스가 들어 있습니다. 자살하려는 사람이 비닐봉지를 쓰면 몇 분 만에 질식해 숨지도록 만든 겁니다.
할머니는 평생 초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쳤던 분입니다. 그러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한 건 30여 년 전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남편이 대장암으로 고통스럽게 숨지는 걸 지켜봤습니다. 그때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자살을 돕는' 인물 때문에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불치병 환자들이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의학적 조언을 했던 잭 케보키언 박사는 1999년 자살 방조죄로 감옥에 가야했습니다. 케보키언 박사는 "환자가 요구하는 의료 행위를 제공하는 게 의사의 본분"이라며 "모든 인간은 삶과 죽음을 선택할 결정권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케보키언 박사와 하이돈 할머니 사례는 사실 조금 다릅니다. 케보키언 박사는 '안락사 시술'을 집행하기에 앞서 자살 희망자를 심층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의학적 자살 준비를 모두 도맡아 했습니다. 살인죄를 피하려 직접 시행하지만 않았을 뿐이죠.) 반면 하이돈 할머니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자살 도구를 팝니다.
이에 대해 자살 반대 운동가 앨런 버만 씨는 "자살을 돕는 것도 문제지만 어떤 환경에서 왜 죽으려 드는지 모르는 사람한테 자살 키트를 판다는 건 더 심각함 문제"라며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자살을 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에게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 걸까요? 그렇게 선택한 이들을 도울 권리 또는 의무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