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이야기
도대체 그녀는 누구였던 것일까. 요즘의 내 생활이란 어느 정도냐 하면 손에 뻔히 담배를 쥐고도 조금 전까지 피우던 담배를 어디다 뒀는지 몰라 헤매는 꼬락서니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그저 순간적인 건망증일 뿐 딱히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믿었다. 적당한 건망증은 삶이 내린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그럭저럭 지낼 정도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모처럼 메일 박스를 정리하다가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누군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 여자 아이한테서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더군다나 이미 답장까지 보낸 상태였다. 코피는 이제 멈췄나? 그러게 야한 것좀 그만 보라니까 ㅋㅋㅋ 하영이는 이만 자려구. 그럼 오빠도 답장 써, 안녕. 하영, 김하영. 더이상 쓰지 않는 전화기를 꺼내 전화번호부를 검색해 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