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천안함 폭침 사건은 너무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특히나 저처럼 문과 전공자에게는 관련자들이 쓰는 말이 외계어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사실조차 자꾸 물고 늘어지는 몇몇 사람들을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할 뿐입니다. 진실은 잘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지 않아?' 싶은 거죠.
그러니까 어떤 의문은 왜 4000cc 세단을 새로 샀다면서 이삿짐도 못 나르냐고 묻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일은 특히 전문가의 의견을 일반인이 전할 때 생기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늘 한 매체에서는 "천안함 침몰은 북한 어뢰가 아니라 우리 해군이 설치했다가 버려둔 기뢰의 수중폭발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발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김소구 한국지지진연구소장과 이스라엘 지구물리연구소(GII)의 예핌 기터만 박사는 사고 당시에 방생한 지진파와 공중음파, 수중음파를 분석한 결과 "수중폭발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며 "폭발로 인한 지진 규모(2.04)는 대략 TNT 136㎏ 폭약량에 해당하고 이는 1970년대 해군이 설치했다가 버려둔 육상조종기뢰의 폭약량과 일치한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이 매체는 "이런 결론은 TNT 250㎏의 북한 어뢰(CHT-02D)가 수심 6~9m에서 폭발했으며 지진 규모는 1.5였다는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 발표와 크게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솔직히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매체도, 그 매체도, 저 매체도, 다시 이 매체도 이 기사를 인용 보도한 걸 보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능한 것 같은데 저는 끝까지 안 되네요. 처음 이 소식을 전한 매체에서 워낙 오래 우리 군 기뢰에 의한 폭발설을 밀고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제2차 세계대전을 조금 좋아하는 제가 보는 상식은 이렇습니다. 왜 제2차 세계대전 이야기가 나오냐면 저 기사에 등장한 육상조종기뢰, 즉 MK-6이 당시에 만든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MK-6은 'Depth Charge Mark-6'의 약자입니다. Depth Charge는 우리말로 기뢰보다는 폭뢰가 더 어울립니다. 기뢰는 Naval Mine, 즉 육군용으로 바꾸면 지뢰입니다. 폭뢰는 수류탄에 더 가깝습니다. 특히 MK-6 기본적으로 바다에 직접 투하하는 무기 형태니까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우리 군은 이 폭뢰에 전선을 연결해 육상에서 조종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30년 동안 인근해역을 수많은 어선과 군함이 돌아다녔지만 아무 사고도 없었습니다. 천안함 폭침 이후 국방부에서 실험했을 때도 안 터졌죠.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당장 수류탄을 물에 던지면 터질 겁니다. 그렇지만 30년 동안 물속에 나뒀다가 꺼내면 터질까요? 게다가 그 폭발력이 배수량 1220톤인 배를 반파시킬 수 있을까요? 멀쩡한 MK-6이라도 두 개 이상 터져야 배가 반파됩니다.
게다가 천안함은 가만히 멈춰있는 게 아니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한 가운데가 갈라져 세 동강 난 상황을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첫 매체에서 인용한 논문의 초록만 읽어서 잘못 아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어떤 제약 조건에서 연구를 진행했는지 알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일단 국방부 발표가 사실이라면 논문 결론은 폭발 가능한 장약이 남아 있는 MK-6이 전제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물론 제 의심도 국방부 주장이 사실일 때 성립하는 거겠지만 말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