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인간애를 드러낸 건 이번 동일본 대지진이 처음은 아니다. 이들은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 때도 이재민 돕기에 앞장섰던 대표적 단체였다." 맞습니다. 이들은 한신 대지진 때 "일본 정부보다 낫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일까요?
※힌트: 야마구치구미(山口組), 스미요시카이(住吉會), 이나가와카이(稻川會).
네, 맞습니다. 일본 조직폭력배, 야쿠자(役者) 가 바로 '이들'입니다. 앞에 힌트는 일본 내 야쿠자 3대 조직. 미국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동일본 대지진을 맞아 구호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는
야쿠자를 집중조명했습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세 번째로 큰 이나가와카이(조직원 1만여 명)였습니다. 지진 피해를 당한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이 조직이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12일 밤에서 13일 새벽 사이 이바라키(茨城)현 히타치나카(ひたちなか) 시청에 인스턴트라면, 플래시, 배터리 같은 구호물자 50t을 몰래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야쿠자가 보낸 물건이라고 거절당할까 우려했기 때문이죠. 배달 시간을 감안하면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발생 몇 시간 만에 일을 마무리 한 겁니다.
나머지 조직도 뒤따랐습니다. 두 번째로 큰 스미요시카이(조직원 1만2000여 명)는 현지 사무실을 피난소로 개방했고, 최대 조직 야마구치구미(조직원 4만여 명)도 사무실을 개방하는 한편 구호물자도 보냈습니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3대 야쿠자 조직이 전달한 구호물자는 수백 t이 넘는다는 게 데일리비스트 추산입니다.
이들은 야쿠자답게 구호 물자 수송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길이 끊기면 12 시간씩 다른 길로 돌아가고, 방사성 물질이 퍼져도 보호 장비 같은 건 뒷전입니다. 한 야쿠자는 "지금 일본에서 야쿠자, 카다기(堅氣·건실한 사람), 외국인 같은 구분은 무의미하다. 우리는 모두 일본인이다. 서로서로 도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야쿠자가 나선 게 정말 순수한 측은지심(惻隱之心) 때문일까요? 이 기사를 쓴 제이크 아델스타인 기자는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는 "야쿠자는 원래 약자를 상대로 협박, 공갈, 갈취 등을 일삼는 범죄 집단이 맞다"며 "하지만 위기 때가 되면 경찰과 평화 협정을 맺고 사람들 안전을 보장하기도 한다"고 썼습니다. 아델스타인 씨는 한때 일본 요미우리신문 기자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신 대지진 때를 보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지도 모릅니다. 당시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야마구치구미가 평판을 끌어올리려 적극적으로 구호 활동에 나섰다"며 "(또) 고베(神戶)시 복구에 10조 엔(138조6400억) 정도가 들 것으로 보인다. 이 중 1~3%는 야쿠자기 맡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제가 야쿠자를 너무 삐딱하게 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