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딸기보다 친환경 유기농 딸기에 비타민C가 더 많을까요? 그러니까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가 보통 과일, 채소, 야채, 유제품보다 우리 몸에 좋을까요?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더 비싼 유기농 먹거리를 샀습니다. 2010년 글로벌 정보 분석 기업 닐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6%가 '몸에 더 좋기 때문에' 유기농 먹거리를 선택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미국 사람들이 유기농 먹거리를 사는데 쓴 돈은 286억 달러(32조4038억 원)나 됩니다. 우리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2006년 1조3000억 원이던
유기농 먹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조9700억 원으로 5년 만에 3배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여태 우리가 헛돈을 쓴 거라면 어떨까요? 좀 비싸도 '기왕이면 몸에 좋은 걸 먹자'고 지갑을 열었는데 우리 몸에는 별 차이가 없다면요? 농약도, 항생제도 안 썼는데 그럴 리가 있냐고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정말 '그렇다'고 합니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3일(현지 시간)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미국 내과학회 회보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45년 동안 추적한 결과 유기농 먹거리가 다른 먹거리보다 몸에 좋다는 증거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45년 동안 직접 연구를 한 건 아닙니다. 이들은 1966년부터 2011년까지 발표된 논문 237개를 통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가 그렇다는 겁니다.
이들이 발견한 건:
• 유기농 채소, 과일과 일반 채소, 과일 사이에 비타민A, C, E 성분 차이는 거의 없다.
• 잔류 농약 비율은 유기농 7%, 보통 38%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보통 먹거리가 유럽연합(EU) 기준치를 넘어서 문제라고 지적한 논문은 3개밖에 안 된다.
• 유기농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일반 제품보다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 수가 33% 낮다. 역시 기준치를 넘어서는 건 아니다.
USA투데이는 2009년 영국 학자가 유럽 사례를 분석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고 전했습니다.
논문 제1 저자 크리스털 스미스스팽글러 박사는 "이 결과에 우리도 크게 놀랐다"면서 "맛이나 환경 운동 등의 영향으로 유기농 먹거리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건강 문제 때문이라면 큰 차이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미국 유기농 먹거리 유통협회는 "이번 조사 결과로 유기농 채소, 과일이 농약으로부터 안전한 게 증명됐다"며 "유기농 고기가 박테리아 오염에서 더 자유롭다는 사실도 밝혀졌다"고 반박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유기농 먹거리가 과다 지출을 유발하는 마케팅 도구는 아닌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미스스팽글러 박사는 "누군가는 잔류 농약 비율을 보고 '그래도 유기농'이라며 비싼 제품을 선택할 수도 있고 다른 이는 정부 기준을 믿고 보통 먹거리를 사먹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식습관과 건강이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는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친다"면서 "유기농이든 아니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식습관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