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언론에서 '깡패'라는 말을 처음 쓰게 된
장충단 집회 방해 사건을 소개했다. 문제는 분명히 야당 집회를 방해한 이들이 있었고, 이렇게 멀쩡히 신문에 그들 얼굴까지 실렸는데 그들이 누구인지 경·검찰이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 (1957년 오늘자 기사는 "의외의 수난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그 내막이 알려진 것처럼 이 사건은 야당 쪽 경호 총 책임자였던 김두한 '의원'과 자유당의 사주를 받은 '동대문 사단'의 우두머리 이정재의 맞대결(?)이었다. 김두한이 함정을 파고 이정재 수하에 있던 유지광이 사건을 저지르도록 의도적으로 방관했던 것. 언론에서 이들에 대한 수사가 엉망이라고 조지자 결국 이승만 대통령은 곽영주에게 유지광을 잡아들이라고 닦달한다.
그렇다고 순순히 잡혀 들어갈 유지광이 아니었다. 유지광은 자기 패거리가 김두한 일당과 싸우고 있을 때 경찰이 현장을 덮치도록 계략을 짰다. 결과는 성공. 이 사건으로 유지광은 8개월 동안 감옥살이를 했지만 김두한 일당은 군사정권 때까지 감옥에서 썩어야 했다. 하지만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일. 김두한 일당은 이 기간 '정치깡패' 짓을 못한 덕에 5·16 이후 있었던 정치 깡패 소탕 작전에서 비껴갈 수 있었다. 역시 인생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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