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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과 국내산은 (법적으로) 100% 똑같다.


아니오, 한마디로 틀린 얘기입니다. 국산과 국내산은 법적으로 완전히 똑같은 표현입니다.


음식평론가 박태순 씨(사진)가 한 방송에 출연해 저렇게 말씀하신 (걸 캡처한 짤방이 인터넷어 돌아다니기 시작한) 뒤로 저 주장을 사실로 알고 계신 분이 적지 않습니다. 박 씨는 당시 방송에 출연해 "(원산지를 표시할 때) 국내에서 생산하고 재배한 건 국산, 원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일정 기간 재배한 건 국내산이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산 배추를 들여 와 한국에서 양념하고 포장했다면 '국내산 김치'가 된다는 논리.


그럼 실제 법은 어떻게 돼 있나 따져 볼까요? 원산지 표시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건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원산지 표시법)'입니다. 원산지 표시법 시행령 제5조①에는 "법 제5조 제4항에 따른 원산지의 표시기준은 별표 1과 같다"고 나와 있습니다. 아래가 그 '별표 1'을 캡처한 그림입니다.



국산과 국내산을 구분해서 써야 할 어떤 근거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럼 국산과 중국산을 섞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은 별표에는 "동일 품목의 국산 농수산물과 국산 외의 농수산물을 혼합한 경우에는 혼합비율이 높은 순서로 3개 국가(지역, 해역 등)까지의 원산지와 그 혼합비율을 표시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게다가 시행령은 김치가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특수한 지위를 고려해 "배추김치(배추김치가공품을 포함한다)의 원료인 배추(얼갈이배추와 봄동배추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와 고춧가루"를 따로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에서 배추를 들여와 한국 고춧가루로 양념했다면 이를 각각 따로 표기해야 하는 겁니다.


물론 지구촌 시대가 열리면서 원산지를 따지기가 애매한 경우가 늘어나는 건 사실입니다. 중국 윈난(雲南) 성에서 키운 커피콩을 미국 스타벅스에서 수입해 로스팅(볶음)했다고 합시다. 이때 스타벅스에서 이 원두를 '미국산'이라고 하는 게 옳은 일일까요?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12년 9월 "그렇다"고 판결했습니다. "커피 로스팅 가공은 생두에 맛과 향을 가미해 실질적으로 변형시킴으로써 볶은 커피 고유의 특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국산과 국내산을 서로 다른 기준으로 표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국산도 국내산도 아닌데 그렇다고 속이는 행위겠죠. 과연 국산과 국내산이 꼭 더 좋은지는 일단 차치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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