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에 이어 1일에도 전국에 구름이 많고 해안가를 중심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겠다. 대기 불안정으로 강원 영동을 제외한 중부지방과 일부 남부 내륙은 오후부터 밤사이에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겠다. 기상청은 이 지역의 강수확률을 60∼70%로 예보했다. - 동아일보 9월 1일자 기사 중에서
이렇게 일기예보에서 강수확률이라는 낱말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 강수확률이 60~70%라는 건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이런 날은 우산을 들고 나가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기상청에 따르면 강수확률은 "0.1mm 이상 강수가 일어날 확률"입니다. 학창시철 배운 것처럼 강수(降水)는 비뿐만 아니라 눈과 우박 등을 포함해 하늘에서 지상에 내린 물을 모두 합친 개념입니다. 따라서 강수확률이 60~70%라는 건 그 지역 어딘가에 그게 비든 눈이든 우박이든 하늘에서 0.1mm 이상 내려 올 확률이 그만큼이라는 뜻입니다. 기상청에서는 이 강수확률을 0~100%까지 10% 간격(11 단계)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강수확률이 20%라는 일기예보를 열 번 들었다면 그 중 두 번(20%)만 하늘에서 뭐가 내려오는 겁니다. 서울은 보통 1년 중 110일 정도 하늘에서 뭐가 내려옵니다. 1년은 365일이니까 서울 지역 강수확률은 보통 30%입니다. 문제는 그게 얼마나 하늘에서 내려올지는 이 확률을 보고 알 수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강수확률이 20%라고 해도 특정 지역 전역에 하루 종일 폭우가 내릴 수 있고, 100%라고 해도 내가 있는 동네에만 왔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만큼만 내릴 수도 있습니다.
이 확률은 오늘하고 기상(예보) 조건이 똑같을 때 그 중에서 몇 번 정도 하늘에서 비가 내려온다는 뜻입니다. 동전을 무한정 던지면 앞면이 나올 확률이 2분의 1에 수렴하겠지만 딱 열 번 던졌을 때 다섯 번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날씨가 계속 반복되면 정말 그 강수확률에 맞게 뭐가 내리겠지만 바로 딱 그 순간은 오직 한번뿐입니다. 그러니까 기상청에서 매일 "오늘 강수확률은 50%입니다"하고 발표했는데 몇 달 동안 비가 단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도 이 예보가 틀린 건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일기예보를 확인할 때 강수확률뿐 아니라 예상 강수량도 같이 챙겨보는 게 좋습니다. 이를테면 예상 강수량이 얼마 안 되는데 강수확률이 높다면 별로 우산을 들고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맞아도 될 정도로 내릴 테니까요. 그 반대라면 흠뻑 젖을지 모르니 우산을 챙기는 편이 좋습니다. 서울에서는 강수확률이 40%이상인데 예상 강수량이 제법 된다면 우산을 들고 나가야 할 겁니다.
이렇게 일기예보는 알기 어렵고 인생도 쉽지 않습니다. 우산이 없으면 비 맞을까 걱정하다가 비는 오지 않는데 우산이 있으면 잃어버릴까 걱정해야 하니 말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