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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더위, 1994년 여름에 TKO승


이제 오피셜입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거든요. 오늘(2018년 8월 1일) 서울 지역 최고 기온은 39.6도까지 올랐습니다.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뒤 111년 만에 서울 지역 최고 기록[각주:1]입니다.


서울 바깥에서도 강원 홍천군이 41.0도로 역대 최고 기록을 아예 새로 썼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기상청 공식 관측소 95곳 가운데 35곳에서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습니다. 이러면서 역대 최고 기온 1~5위를 모두 2018년 8월 1일이 차지하게 됐습니다.


자연스레 게임도 끝났습니다. 이제 더 이상 1994년 이야기를 하실 필요없습니다. 올해가 우리가 경험한 가장 더운 여름입니다. 1994년 7월 24일 나온 이전 서울 최고 기온(38.4도)보다 올해가 1.2도 더 높습니다. 


1994년 기록을 깬 건 이날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달 23일 아침 최저 기온은 29.2도를 기록했습니다. 역시 기상 관측 시작이래 가장 높은 최저 기온이었습니다. 이전 기록은 28.8도로 1994년 광복절(28.8도)에 나왔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닐지 모릅니다. 역대 최고 기온 분포를 상자 수염 그래프로 살펴 보면 8월 1일을 제일 더운 날이라고 하기 어렵거든요. 


중앙값(median·1등부터 100등까지 줄을 세웠을 때 50등에 해당하는 값)을 기준으로 제일 더운 날은 8월 12, 14일로 나란히 31.3도가 나왔습니다. 상위 25% 기준으로는 8월 8일과 9일이 33.2도로 제일 높았습니다.


그러니까 올해도 더위가 예년 패턴을 유지한다면 8월 중순에 최고 기록을 또 한 번 새로 쓴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닙니다. 



아직 1994년 기록을 깨지 못한 것도 물론 있습니다. 1994년에는 폭염주의보(33도 이상인 날이 이틀 연속 나타날 것으로 예상할 때) 또는 폭염경보(35도에 같은 기준)가 발생한 날이 전국 평균으로 31.1일이었습니다. 열대야(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때)는 17.7일. 물론 둘 모두 역대 최다 기록입니다. 올해는 지난달 현재까지 각각 17.2일, 7.8일입니다.


깨서는 안 되는 기록도 있습니다. 1994년에는 총 3384명이 일상병, 열탈진 등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질병재해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제일 인명 피해를 많이 낸 자연재해가 바로 1994년 폭염입니다.


당시와 올해 제일 큰 차이를 꼽으라면 역시 에어컨 보급. 제가 괜히 틈 날 때마다 윌리스 캐리어 박사(1879~1950)가 노벨 평화상을 타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또 한 가지 올 여름에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습도가 높지 않다는 것. 공기 중에 물방울이 많으면 = 습도가 높으면 물방울이 열을 가두기 때문에 건조한 것보다 온도가 더 올라갑니다. 


서울에서 올해 7월 29, 30, 31일은 1980년 이후 가장 건조한 7월 29, 30, 31일이었습니다. 그 덕에 역대 서울 최고 기온을 기록한 8월 1일도 56%로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전까지 이 날짜 평균 습도 중앙값은 77%였습니다.  



이러면 또 가뭄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역시 다행히도 올해는 큰 가뭄 문제도 없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운영하는 '농어촌 알리미'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국 저수지 평균저수율은 65.2% 수준입니다. 장마 기간 강수량이 283㎜로 1994년(130.4㎜)보다 두 배 이상 많았던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도저히 지구가 식을 것 같지 않지만 신기하게도 입추(立秋)만 지나면 '좀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올해 입추는 8월 7일.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일단 다 같이 버텨 보십시다.

  1. 흔히 이렇게 표현하고 이게 아주 잘못됐다고 할 수 없는 건 사실. 하지만 6·25 전쟁 기간인 1951~1953년에는 측정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이때 더 더운 날이 있었을 수는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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