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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코페르니쿠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도는 게 맞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게 정말 사실(事實)인지 아니면 편견이 쌓이고 쌓인 오해인지 알아본다.


대학원 수업 중 인공지능(AI)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면 꼭 해보고 싶은 일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자면 정말 공룡은 우리가 머릿속에 떠올리는 그런 모양으로 생겼을까요? 어떤 과학적 법칙은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 =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때문에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항상 그렇다고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적어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이런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운 모양입니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사실을 AI 스스로 알아냈거든요.


리나토 리너 박사(물리학)를 비롯한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연구진은 사이넷(SciNet)이라고 이름 붙인 AI에게 지구에서 본 태양과 화성 움직임을 학습하도록 했습니다.


학창시절 지구과학 수업을 열심히 들으신 분은 지구에서 화성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으면 역행(逆行·Retrograde) 운동을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화성은 매일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때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입니다.


역행하는 화성 모습. 미국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


그리스 천문학자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83~168)는 주전원(周轉圓·Epicycle)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역행 운동을 설명했습니다. 각 행성은 일정한 크기 원(주전원)을 따라 일정한 속도로 돌고, 다시 이 주전원 중심이 지구를 둘러싼 이심원(離心圓·Deferent) 궤도를 따라 일정하게 돈다고 주장했던 겁니다.


이 패러다임을 깨뜨린 인물이 바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1473~1543)입니다. 폴란드 출신 신부였던 코페르니쿠스는 하늘에 주전원을 최소 80개 이상 그려야 하는 복잡한 구조는 신(神)의 조화로운 섭리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기 직전 펴낸 책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De revolutionibus orbium coelestium)'를 통해 행성 궤도는 중심이 단 하나(태양)이며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달 궤도의 중심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코페르니쿠스가 생각한 태양계(왼쪽)와 프톨레마이오스가 생각한 태양계. 노란 점이 태양, 파란 점이 지구, 빨간 점이 화성. 위키피디아 공용


이런 패러다임 변화에는 '코페르니쿠스 혁명(Copernican Revolution)'이라는 멋진 이름이 붙었지만 이로부터 1세기가 지났을 때까지도 지동설이 정론은 아니었습니다. 그 뒤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 같은 천문학자가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수정·보완한 뒤에야 인류는 지동설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인류는 적어도 1400년 동안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었던 겁니다.


반면 이 AI는 이 움직임을 학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페르니쿠스가 발표한 '태양을 중심으로 한 화성 궤도' 계산식을 재발견(rediscover)했습니다. 리너 박사는 "AI가 공식을 도출한 건 맞지만 이 식을 해석하고 실제 행성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려면 여전히 인간의 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원래 이 연구는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수식으로 나타낼 줄 아는 AI를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질량과 에너지 사이 관계를 E=mc²라는 수식으로 정리한 것처럼 같은 기능을 하는 인공신경망(Neural Network)을 디자인하려고 했던 것.


원래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활용할 때는 일단 가능한 한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면 AI는 스스로 특징을 찾아내 데이터를 분류하기 시작합니다. 예컨대 '다리가 네 개고, 귀가 뾰죡하면 고양이'라고 규칙을 정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규칙을 만들고 나면 AI는 인공 신경 세포(뉴런)라고 할 수 있는 '노드(node)'를 만들어 냅니다.


인공신경망 기본 구조. 각 레이어에 있는 동그라미가 노드. LG CNS 블로그


"문제는 이 노드가 블랙박스 같다는 점이다. 신경망이 습득한 지식이 수천 때로는 수백만 노드에 걸쳐 있어 예측 불가능하거나 해석에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 많았다"고 네이처는 설명합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인공신경망 두 개를 만들어 이 문제를 피했습니다. 첫 번째 신경망이 원래 방식대로 학습을 마치고 나면 두 번째 신경망이 그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예측을 도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연구진을 이를 '뇌엽절제시술을 받은(lobotomized)' 인공신경망이라고 부릅니다.


이 인공신경망은 지동설은 물론 만유인력 법칙과 운동량 보존 법칙도 추론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모델을 발전시키면 양자역학, 천문학 분야에서 새로운 법칙을 발견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호드 립슨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로봇공학)는 "이 방법이야 말로 갈수록 복잡해지는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이 사용한 파이선 (2.7) 코드는 깃허브에서 누구나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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