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이 해가 갈수록 쌀(밥)을 적게 먹는다는 건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닙니다.
올해 1월 30일자 '농민신문'은 이렇게 전합니다.
통계청이 28일 내놓은 ‘2018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부문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에 그쳤다. 기존 최저치였던 2017년의 61.8㎏보다 0.8㎏(1.3%) 감소한 수치다. 1988년 122.2㎏과 비교하면 국민의 쌀밥 섭취량이 30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사실 그 전에는 더 많이 먹었습니다. 1979년에는 한국 사람 1명이 1년에 쌀 135.6㎏ 먹었으니까 1988년까지 9년 동안에도 이미 쌀 섭취량이 13.4㎏ 줄어들었던 겁니다.
구글링을 하다가 저 기사를 발견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한 건 사실 이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농민신문 기사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사업체부문의 쌀 소비량 조사 결과도 눈에 띈다. 통계청은 이번 조사에서 식료품 및 음료 제조업체의 2018년 쌀 소비량이 75만5664t으로 전년 대비 4만7961t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을 생산하는데 14만7474t이 사용돼 1년 전의 11만4341t보다 2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11년과 비교하면 사업체 부문 쌀 소비량은 64만5927t에서 20%(12만9737t)가 늘었습니다.
한국 인구를 5000만 명이라고 잡으면 사업체에서 쌀을 더 쓴 것만 따져도 1인당 소비량이 2.6㎏ 올라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10.2㎏이 줄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이건 1인당 쌀 소비량을 따질 때는 '가구에서 직접 조리하여 식용으로 소비한 양'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그러니까 2017년 11월 1일부터 이듬해 10월 31일까지 농가 640가구, 비농가 500가구 등 1140가구에서 밥을 해먹을 때 쌀을 얼마나 썼는지만 따져 내놓은 결과가 '2018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입니다. 통계청 역시 보도자료 '유의사항'에 이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집 바깥에서 밥을 사먹어도 1인당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집에서 즉석밥을 데워 먹어도 1인당 쌀 소비량은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면 집에서 밥을 해먹는 양이 줄어든 것과 사업체 부문에서 쌀 소비가 늘어난 양을 비교하면 어떨까요? 이번에도 농민신문입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2018년 쌀 소비는 가구부문에서 전체적으로 4만1000t가량 줄었지만, 제조업부문에서 약 4만8000t 증가했다”며 “소비자들의 쌀 소비 양상이 변화한 것일 뿐 실질적인 쌀 소비량은 거의 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네, 7000t이 늘었습니다. 또 이런 소비 양상 변화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쌀 소비량이 거의 변화가 없다는 걸 통계청에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 농민신문 기사 제목은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 61㎏…역대 최저치'입니다. 반면 '연합뉴스'는 (웬일로) '도시락·가정간편식 소비 증가로 제조업 쌀소비 5년째 늘어'라고 정확하게 현실을 분석했습니다.
한국 사람이 예전보다 밥을 적게 먹는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먹거리 종류가 얼마나 늘었는지 생각하면 당연한 일. 그러나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것만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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