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총명불여둔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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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제 심정이라구요?

세상을 살다 보면 당연히 한 문제에 관한 '나만의 심정'이라는 것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더러 남들이 내 심정을 제 3자에게 설명해 주려 애썼다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이 말을 들으면 대체로 기분이 좋지 못하다. 특히 그 '남'이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 경우에는 더더욱.

물론 '편을 들어줬다'는 건 그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사람의 설명한 '내 심정'이라는 게 사실 실제 내 느낌과는 무관할 때가 많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그 사람이 설명한 그의 '내 심정'이 사람들 사이에서 나의 '내 심정'으로 굳어지는 경우도 많다는 게 더 큰 문제. 사실 이럴 때는 딱 '짜증'이라는 낱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 지극히 유아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 그러니까 내가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를 싫어하는지를 숨기는 일에 그리 익숙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물론 나이를 좀 먹은 이후 싫어하는 것을 숨기는 법은 조금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좋아한다는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두 세 번의 만남에 누군가와 친하다고 느낄 만큼 살가운 사람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나와 친하지 않은 누군가가 아무리 열심히 '내 심정'을 설명했다고 해도, 그리고 그것이 타인들에게 '내 편을 들어주는 것'으로 보였다고 해도 그건 오히려 '나를 씹는' 일과 마찬가지라고 느낀다.

물론 인간관계가 기본적으로 '뒷담화'에 의해 이뤄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다. 때문에 단지 누군가 뒤에서 나를 씹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사실 나조차 내가 좋아하고 친한 누군가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뒷담화'에 가담하는 일이 있으니까.

하지만 부탁하건대, 제발 '편을 들어준다'거나 내 심정을 '대신 설명한다'는 말이 '뒷담화'와 동급이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내가 아니면 내 심정을 어떻게 온전히 이해하겠는가? 게다가 말이라는 건 한 다리를 건너면 전혀 달라지게 마련.

그러니까 L님! 어디 가서 저랑 친하다는 소리 좀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도대체 우리가 몇 번이나 만났죠? 솔직히 말하면, 당신에게 가진 느낌은 비호감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제가 당신과 연루된 누군가에게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기에 함부로 남들에게 그런 말씀을 하고 다니십니까? 저는 최소한 누군가에게 욕먹을 짓을 했구나, 하는 정도는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 멋대로 저를 재단하는 것은 당신의 자유지만, 그렇다고 당신 멋대로 제 처지와 심정을 설명하는 건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그저 당신과 제가 많이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도와주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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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면전에서 하지 못한다는 것만으로도 남을 싫어하는 걸 숨기는 법을 좀 배웠다고 칭찬해 주실 분은 아니 계신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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