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를 분열시킨 도둑이 누구입니까? 일본? 미국? 소련? 중공? 아닙니다. 어느 다른 민족이나 이데올로기 때문이 아닙니다. 국민을 종으로 만드는 국가지상주의 때문입니다. 이제 정치는 옛날처럼 다스림이 아닙니다. 통치가 아닙니다. (중략) 그런데 이 민주주의 시대에, 나라의 주인이 민중이라면서 민중을 다스리려해서 되겠습니까? 분명히 말합니다. 남북을 구별할 것 없이 지금 있는 정권들은 다스리려는 정권이지 주인인 민중의 심부름을 하려는 충실한 정부가 아닙니다."
기억이 맞다면, 나는 함석헌 선생 덕분에 옹(翁)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역시 함 선생 덕에 도덕경을 읽었다. '겨레의 할아버지'라는 표현이 이렇게 착 들어맞는 인물이 어디 또 있을까. 정말 그는 '씨알(民)'로서 우리 겨레의 질곡을 함께 견딘 인물이었다. 일제를 견뎌내자 '도둑같이 온(함 옹의 표현이다)' 해방정국에서는 김일성(그는 고향이 평북 용천이다)이 그를 못 죽여 안달이었고, 월남해서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모두 그를 못 잡아들여 안달이었다. 모두 '민중이여 깨어나라'고 외친 죄였다.
우리는 얼마나 깨어났을까. 우리 사회의 부조리는 얼마나 사라졌을까. 나중에 태어난 자의 특권으로 이야기하건대, 이 말 참 여전히 맞는 말이다. "뜻 품으면 사람, 뜻 없으면 사람 아니. 뜻 깨달으면 얼(靈), 못 깨달으면 흙. 전쟁을 치르고도 뜻도 모르면 개요 돼지다. 영원히 멍에를 메고 맷돌질을 하는 당나귀." 1989년 오늘자 동아일보 1면에는 함석헌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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