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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을 읽읍시다 #74 이수근 탈북


지금은 이수근이라면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의 이수근을 떠올릴 터. (이 프로그램을 이제 기억하는 이들이 있기는 하단 말인가?) 그러나 1975년생인 그가 1967년 오늘자 신문에 등장할 리는 없을 터. (미다시를 그대로 따르자면) 북괴 중앙통신 부사장 이수근은 취재를 핑계로 판문점에 왔다가 우리 인사에게 귀순 의사를 밝힌 뒤 미군 협조를 얻어 20초 만에 탈북에 성공했다. 북한군은 총을 쏘며 저지했지만 미군 장교가 타고 있던 차를 직접 조준 사격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2년 뒤 그가 다시 한국을 떠나면서 생겼다. 최인훈 '광장'의 이명준처럼 '제3국'을 꿈꿨던 것. 그러나 그는 이명준처럼 스스로 제 목숨을 끊지도 못했다. 위장여권으로 캄보디아로 가려던 그는 홍콩에서 신분을 노출했고, 우여곡절 끝에 월남(베트남)까지 갔지만 비행기에 앉은 채 붙들렸다. (아, 하필 한국군이 득실대던 월남이었다니…) 박정희 정권은 그에게 '위장간첩' 협의를 씌워 1969년 7월 3일 사형시켰다.

그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을 시작한 건 1980년대 조갑제 선생. 월간조선 기자였던 조갑제 선생은 사형 판결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기 시작했고 법원은 결국 2008년 무죄를 선고했다. 에릭 홉스봄을 인용해 역사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늘 이수근 사건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건 이 한 마디. 복잡한 여자관계가 탈북 원인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이리 쿨하게 답했다고 한다. '사내가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뇨?'

기사 읽기: http://bit.ly/Z9T7v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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