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먹물들(wordsmiths)에게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전혀 다른 걸 가르친다. 시장에서 최고 보상이 반드시 말 잘하는 똑똑이들에게 돌아가는 건 아니다. 시장에서는 그런 지적 능력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먹물들은 학교에서 자신이 최고라고 여겼을 것이며, 남들보다 더 큰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먹물들이 기대만큼 보상을 해주지 않을 뿐더러 자기들 우월성을 '빼앗아 간'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먹물들이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깊고 차가운 적개심을 갖는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중략)
그러나 나는 먹물들이 가장 비싼 물건으로써 보상받으려 한다고 지적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아마도 그들은 자기들 지적 활동에 대한 매우 깊이 있는 본질적인 보상 또는 존경을 바랄 것이다. 그들은 사회로부터 가능한 한 가장 큰 감탄을 갈망한다. 여기서 나는 먹물들이 어떤 종류의 보상을 원하며 그것을 어떻게 추구하고 있는지를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먹물들이 스스로를 '지식인'이라고 정의하는 이상 자신들의 지적 활동이 가장 높이 추앙받고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분개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먹물들은 사회 전체가 학교처럼 되기를 바라며, 잘한다고 칭찬받는 환경이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어떤 학생들은 학교를 떠난 뒤 사회적 지위 하강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올랐던 학생들은 학교라는 작은 사회 뿐 아니라 나중의 큰 사회에서도 최고 지위를 희망했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 큰 사회는 이 학생들이 스스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욕구와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지 못할 것이고, 이는 학생들이 이 사회에 적개심을 품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학교 교육 시스템이 먹물들 사이에서 반자본주의 성향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