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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현실로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조엘(짐 캐리)과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러다 입에 담지 못할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헤어지게 됩니다.

이별의 아픔에 괴로워하던 클레멘타인은 결국 조엘을 기억에서 지우는 시술을 받습니다. 이별을 후회한 조엘이 간곡하게 매달려도 클레멘타인의 기억 속에는 조엘에 아예 없는 상태. 조엘도 똑같은 시술을 받고 클레멘타인을 기억에서 지웁니다.

그렇게 서로를 완벽하게 지운 상태에서도 둘은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게 이 영화 줄거리.

이런 스토리는 영화 안에서만 가능한 일 같지만 곧 현실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3일 메디컬뉴스투데이에 따르면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우리 두뇌에서 지울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실제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도 완성 단계라고 합니다. 이별의 아픔이나 공황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겁니죠.

쉽게 설명하면 이런 겁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경험하면 이를 먼저 단기 기억 창고에 넣어둡니다. 여기서 기억을 잘 응고시켜야 장기 기억 창고로 넘겨 보존할 수 있습니다.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토마스 오그렌 씨는 "우리는 원래 일어난 일을 그대로 기억하는 게 아니다. 나중에 그 일을 처음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기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첫 번째 생각'을 통제하면 기억을 응고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기억 응고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게 한 겁니다. 연구팀이 자기공명촬영장치(MRI)로 실험 대상자들 두뇌를 촬영한 결과 불쾌한 기억을 담아두는 저장소에서 해당 기억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그렌 씨는 "기억을 머리에서 완전히 지운 것은 아니고 이를 중성화시켜 기억하게 하는 것"이라며 "평소라면 스트레스를 받으며 떠올렸을 일들을 덤덤하게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잊고 싶은 기억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이 시술을 받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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