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총명불여둔필
assignment Common Sense

2015년이 쌍춘년(雙春年)이라고?


요즘 결혼을 준비하면서 자주 듣는 표현이 "2015년은 쌍춘년(雙春年)"이라는 겁니다. (참고로 결혼식은 3월 1일입니다.) 쌍춘년은 문자 그대로 봄이 두 번 있다는 뜻. 구체적으로는 24 절기 중 입춘이 두 번 있는 해를 가리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요?


보통 "24 절기"라는 표현을 들으면 음력을 떠올리기 쉽지만 절기는 양력 기준입니다. 예전에 썼던 글을 그대로 옮겨 보면: 


음력은 달의 삭망(朔望)주기 기준. 달을 기준으로 하면 날을 세는 데는 별 문제가 없지만 기후 변화는 예측할 수 없다. 기후는 태양 움직임에 따라 일어나기 때문. 농경사회였던 중국 주나라 사람들은 천문학 지식을 동원해 태양 공전 주기를 24등분한 다음 화북 지방 기후를 나타내는 이름을 붙였다. 이 때문에 절기는 매해 양력 날짜가 거의 똑같다. 양력부터 태양 움직임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력으로 따지면 한 해에 입춘(양력 2월 4일)이 두 번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갑오년을 예로 들면 정월 초하루는 서기 2014년 1월 31일이었고, 섣달 그믐은 다음 달 7일입니다. 그러면 2014년 2월 4일도 갑오년이고, 2015년 2월 4일도 갑오년이 됩니다. 그러니까 진짜 상춘년은 이제 찾아오는 을미년이 아니라 현재 갑오년인 겁니다. 


음력 1년이 365일이 넘어가는 건 윤달 때문. 달이 차고 지는 시간을 기준으로 한 1삭망월은 29.5일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1년을 만들면 약 354일이므로 3년만 지나면 양력(365.24일)하고 비교해 33일일이 모자라게 됩니다. 이 오차를 보정하려고 19년에 7번 정도 윤달을 두게 됩니다. 윤달이 낀 윤년에는 1년이 13달인 셈입니다.



양력을 기준으로 지난해(2014년)는 10월 24일부터 11월 21일이 182년 만에 찾아온 윤 9월이었습니다. 해마다 양력으로 이때는 결혼을 많이 하는 축의금이 엄청 깨지는 때지만 지난해에는 이 기간을 피한 예비 부부가 적지 않았습니다. 윤달에 결혼하면 나쁘다는 속설 때문이었죠.


예전에는 반대였습니다. 위키피디아는 "민속에서 윤달은 덤으로 생긴 달이므로 재액이 없다 하여 혼례식·건축·수의 만들기 등을 아무 거리낌 없이 행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통 '손 없는 날' 이사하는 것처럼 윤달도 결혼하기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게 언제부턴가 "윤달에는 결혼하면 안 된다"는 '만들어진 전통'으로 바뀐 겁니다. 산수연(傘壽宴)처럼 말이죠.


이게 쌍춘년하고 무슨 상관이냐고요? 지난해 성수기를 공쳤으니 결혼업계가 울상을 지은 게 당연한 일. 그러니 손해를 메꾸려고 올해는 '긍정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오히려 "윤달에 결혼하는 게 좋다"고 전통 방식처럼 홍보했으면 쌍춘해와 맞물려 대박을 쳤을 텐데 뒤늦게 거짓말로 만회하려 드는 셈입니다. 게다가 쌍춘년은 3년에 한번씩 돌아오니 사실 뭔가 대단히 특이한 존재도 아닙니다. 당연히 이런 마케팅이 유행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쌍춘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결혼업계는 2006년 '쌍춘년 특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해 예비 부부들은 "기원전 221년부터 서기 2100년까지 2300여 년 동안 쌍춘년이 불과 12년에 불과하다"는 속임수에 넘어가 '예식장 잡기 전쟁'을 치렀습니다. 당시 동아일보는 "성탄절 연휴는 물론 올해의 막바지인 30, 31일에도 '막차'를 타려는 커플로 예식장 예약이 쉽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실제로 이해 혼인건수(33만634 건)도 전년(31만4304 건)보다 1만6330 건 늘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런 거 전혀 안 따지고 사는 서양 친구들은 윤달에 결혼 잘만 하고, 쌍춘년이라고 결혼 못해 안달 나지는 않을 텐데 왜 우리는 이런 데 목을 맬까요? 사실 음력 기준으로 결혼기념일을 챙기겠다는 창의적인 발상만 하지 않으면 윤달에 결혼한다고 해서 문제될 건 하나도 없습니다. 한번 더 말씀드리지만 쌍춘년도 3년에 한번씩 돌아옵니다.


그러니 '아, 이 사람이다' 싶으면 괜히 이런 거 따지지 말고 결혼하세요. 그래야 내 짝꿍하고 같이 사는 집 대문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한번이라도 더 붙일 수 있습니다. 그게 쌍춘년에 결혼하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하게 사는 길 아닐까요?


댓글,

Common Sense | 카테고리 다른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