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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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과 卐은 원래 같은 문양


"인간의 방향은 '동에서 서'이지만 자연은 반대다." 중학교 1학년때 국어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대라는 설명도 뒤따랐습니다. 그러면서 인용하신 게 스바스티카(स्वस्तिक).


이런 말씀이었습니다. "무엇이든 자연을 따라야 오래 간다. 나치 독일은 동에서 서, 그러니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흘러가는 하이켄크로이츠(hakenkreuz·卐)를 써서 오래갈 수 없었지만, 불교에서는 반대 방향인 만자문(卍)을 상징으로 쓰기에 오래 가고 있다." 아니, 그런데 도대체 卐은 어떻게 이리 손쉽게 컴퓨터에서 입력할 수 있는 걸까요?


당연히 양 쪽 모두 원래부터 널리 쓰이던 문양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스바스티카는 불교는 물론이고 힌두교, 자이나교를 비롯한 여러 인도 종교에서 상징물로 썼습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도는 卍이 일반적인 모양이지만 卐도 드문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힌두교에서는 卐이 기본 형태이고, 강원 고성군에 있는 건봉사에도 卐을 새긴 석주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도 卐이 이렇게 오해(?)에 시달리게 된 건 역시 나치 독일 때문. 아돌프 히틀러는 이 문양을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나치당) 당기로 제정했고, 1935년에는 아예 독일 국기로 만들었습니다. 그 뒤로 아예 나치를 상징하는 것으로 굳어졌고 현재 독일은 법으로 이 문양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卍도 금지입니다.


독일에서 이 문양을 아리아인(게르만인) 우월주의 상징으로 쓰게 된 건 아인리히 슐리만(1822~1890) 때문. 트로이와 미케네 유적을 발굴해 유명세를 탄 이 고고학자는 유적 발굴 과정에서 卐 문양을 발견한 뒤 아리아족의 상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인도에서 건너온 이 문양을 유럽에서도 찾았으니 언어학적으로 인도유럽어족을 쓰는 민족의 상징이라는 거였죠. 당시 유행하던 게르만 민족주의 영향을 받은 주장이었습니다.


그 뒤 독일 극우단체에서 이 문양을 행운의 상징으로 사용했고 결국 나치당에서 당 상징으로 쓰면서 지금처럼 된 겁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절을 찾은 외국인들은 卍을 보면 당황할 때가 있다고 하네요. 게다가 한국에서는 도시 한복판에서도 卍을 찾아보기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각종 '철학관'에 걸려있기 때문이죠.


물론 서양인들 시선을 감안하면 卍도 최대한 쓰지 않는 게 올바른 일. 하지만 상식적으로 우리 머릿속에서  卍와 卐은 다른 뜻입니다. 이 오해가 우리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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